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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2돌을 맞은 딸에게 준 선물

아이가 어느덧 2돌을 맞았다.  시간 정말 빠르다며 감탄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중년의 부인이 한마디 하신다. ‘언제 다 키울래?’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멍해짐을 느낀다. ‘그러게...정말 언제 키우지?’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또 다른 삶의 행복임은 분명하다. 가끔씩 아이의 행동과 말을 떠올리며 웃고 있는 날 발견한다. 그러면 아침에 얼굴보고 출근했음에도 아이가 갑자기 강하게 보고 싶어진다.

2돌 맞은 딸에게 정성의 선물을 준비하다.

2돌을 맞은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걸 해주고 싶은데 무엇을 할까 고민 하다 시골 집에 간 김에 쑥을 캤다. 직접 캔 쑥으로 떡을 만들어주면 정성이 담긴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

시아버지는 옆에서 고사리 뿌리를 심고 (요즘은 고사리를 재배해서 먹기도 한다.) 난 최선을 다해 쑥을 캤다. 내가 쑥을 캐는 사이 신랑은 아이와 놀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고사리 뿌리를 다 심은 시아버지는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하셔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시간이 2시간이나 흘렀다. 2시간동안 캔 쑥은 가져간 봉지를 가득 채웠고, 손에는 많은 상처가 남겨져 있었다.

이렇게 직접 캔 쑥으로 떡집에 맡겼는데, 3되 분량은 나오겠다고 한다. 이 떡을 나눠 먹을거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생일날~ 아이의 건강을 빌기 위해 삼신상을 차렸다. 삼신상은 태어난 지 49일 되던 날, 백일 날, 첫돌 때 이미 차린바 있다. 이번에 차리면 벌써 4번째가 되는 것이다.



신은 아이를 점지하는 일과 산모와 신생아를 맡아보며 수호한다는 세 신령을 말한다.(사전마다 다르게 나와있긴 한데...) 예전에는 태를 보호하는 신을 삼신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의 성장에 삼신의 돌봄이 있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대적인 배려가 필요하고, 태어나서 15세까지 삼신의 도움으로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가 태어났을 때 이미 난 7돌 될 때까지 삼신상을 차릴 계획이었다. 삼신상은 미역국과 흰쌀밥을 올리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다양한 형태의 상차림이 있었다. 나 또한 매번 차릴 때마다 다른 형태로 차렸다. 그래도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성만 담아내기로 했다.

2돌 삼신상은 흰쌀밥과 미역국, 삼색나물과 조기 구이, 그리고 삼색 과일과 생수를 올렸다. 떡도 올리고 싶었지만, 해뜨기 전에 상을 차려 절을 올려야 된다고 들은 적 있어 늦게 배달되어 바람에 결국 떡을 올리지 못했다.



절을 정성스럽게 올리며 ‘우리 근영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세요’라며 빌었다. 그런데 함께 절을 올리던 신랑이 갑자기 ‘둘째 빨리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돌발 발언을 해 신랑을 주먹을 한 대 칠 뻔했다.

아이 사랑 실천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자

아이에게 삼신상에 올린 생수를 먹여 우리의 정성과 마음을 생수를 통해 전했다. 물론 아이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받은 생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몸에 좋은 물일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 최근 아이가 ‘떼쓰기’의 힘을 깨닫게 된 듯,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엄청 울어대고 짜증을 부린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때가 많고 그때 마다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삼신상을 차리면서 ‘아이 사랑을 이런 일회성 이벤트로 거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좋은 엄마 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우리 엄마는 나를 본인의 감정대로 막 키웠는데 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단 말이지? 물론 나의 자존감 지수는 무척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훌륭하게는 아니지만, 건강하게 자란 이유는 분명히 있다. ‘우리 엄마는 날 엄청 사랑하는 구나’라는 생각은 늘 하면서 자랄 수 있었으니깐.... 완벽하긴 힘들겠지만 내가 우리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