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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영화 '남영동 1985' -심판은 커녕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된 우리나라

‘이게 정말 우리나라야?’

 

기다렸던 ‘남영동 1985’가 상영이 시작되었을 때도 함께 보자는 이들이 많았음에도 선뜻 보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영상에서 비춰지는 모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봐야한다는 사명과 충돌하여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영화보고 글을 쓸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들어와 보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신랑과 함께 본 이 영화는 상상했던 것 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그 진실이 영상으로 확인 한 순간 당분간 이 불편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영화에 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신랑 또한 보는 내내 힘들어했다. ‘이게 정말 우리나라야?’, ‘1985년 내가 초등학생 시절인데 믿겨지지가 않아’라며 놀라워했다. ‘저런 고문을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평범한 인간도 괴물이 되는 사회

 

영화의 대부분은 고문장면이다. 고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보호막에 의해 자행된 인권살인 및 조작 현장을 무덤덤하게 다루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고문으로 만들어진 간첩단 사건을 보면서 그들의 첨예한 계획이 어떤 이는 정권유지를 위해 어떤 이는 승진을 위해 자행되는 상황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문 가해자는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일 뿐이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져 괴로워하며 자신의 폭력성을 비탄하는 이계장, 야구중계에 목숨거는 강과장, 승진에 목말라 하는 박전무와 김계장 등 그들도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사라고 불리는 고문과 폭력이 일상화 되어진 이들이다. 사람 냄새나는 그들이 공사가 진행될 때의 모습은 실로 괴물이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눈살 찌푸릴 때 차원이 다른 괴물 이두환이 등장한다.

 

이두환의 등장으로 김종태의 의지는 무너져 내린다. 있지도 않는 조직표를 외우고 거짓 자백서를 작성하게 된다. 죽음보다 괴로운 고문은 그의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휴유증을 남기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충격때문인지 내 귓가에도 이두환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영상으로 간접 경험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그는 어땠을까? 하루하루가 그 기억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용서’가 쉽지 않는 그의 마음이 더 아프다. 나 같으면 용서 아닌 보복으로 그를 응징했을지도...

 

 

폭력에 대한 심판은 커녕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된 나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전 대통령들.. 그들은 그들의 행적을 심판받지 못했다. 그들의 행한 행적들이 영화화되고 공개되어졌음에도 그리고 많은 이들이 분노하였음에도 말이다. 심판은 커녕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아버지의 행적으로 두둔한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 이것을 받아들이기에 내 그릇이 너무도 적다.

 

사람이 다치고 죽었다. 그들의 다치고 죽은 것이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나? 이것을 믿게 만든 그리고 믿고 있는 이들은 분명히 사죄해야 되지 않나? 지금의 현실이 그렇지 못함이 끔찍하다.

 

빚진 마음 올바른 선택과 실천으로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그 분들의 투쟁으로 인해 세상은 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혜택을 우리는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 영화는 고문장면으로 단순히 괴로움만 안겨준 것이 아니라 빚진 마음까지 들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진실이 진실로 반영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왜곡되거나 거짓으로 더 이상 상처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남영동 1985’를 통해 경험한 고통이 앞으로의 삶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였으면 한다.(앞으로의 5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이 영화에 다시한번 감사하며, 그분들에게 진 이 빚은 올바르게 선택하고 실천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갚아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소감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