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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 생각한~ 자연방사 유정란으로 골라드세요.

 

오전 동안 봄비가 내려 온 세상이 촉촉히 젖은 오후 유정란 생산지로 유명한 창녕 장마면에 위치한 새벌 농장에 도착했다.  새벌 농장은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갔음에도 농장에 몇 차례 전화를 해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소독약이 품어져 나오는 입구를 지나니 소박한 복장을 한 손용익 사장님과 큼직하게 생긴 개 2마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전화 통화를 몇 차례해서 인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농장을 둘러보았다.



습도 높은 날에도 냄새가 나지 않는 닭 사육장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바닥을 쫒고 있는 닭도 있었고, 정신없이 모이를 먹는 닭도 있었다.  닭장은 천정이 열리는 하우스였는데, 오전에 비가 와서 천정은 닫혀있는 상태였다.  오전의 비로 습도가 꽤 높아 냄새가 날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코에 거슬리는 냄새는 없었다.


자유로운 방목 사육과 사료와 환기 기능이 냄새를 덜 나게 하는 것 같았다.  냄새가 나지 않아 신기해하는 우리에게 사장님은 ‘과밀사육을 하지 않고 좋은 사료 먹이니 냄새가 안 나나는 건 당연하다’며 별스럽지 않게 대답하셨다.  그리고 재미있는 정보하나를 가르쳐 주셨다. 

“여기에 있는 닭은 노계예요. 사람은 연령으로 계산되지만 닭은 주령으로 계산하는데 여기 이 닭들은 60주령에 해당되는 닭입니다. 사람나이 계산하자만 60대로 보면 되는거지요.  그런데 닭벼슬 보세요.  색이 짙고 붉죠?  닭이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닭의 건강상태를 알려면 닭 벼슬을 보면 됩니다.”



무항생제 사료로 안전한 유정란 생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가는 중에 어떤 사료를 먹이냐는 질문에 ‘유정란 1호’라고 적힌 사료포대를 보여 주셨다.  주문 생산되는 사료라고 하는데 ‘영남 유정란 생산지 연합’을 만들어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사료를 주문생산하려면 적어도 200톤이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료 표지에는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항생제 사료라고 적혀 있었다.  미생물제와 황토, 풀, 옥수수 등이 들어가는데 난황의 색깔을 짙게 하기 위해 옥수수의 옥글루텐 3%와 알파파 건초 3%가 들어간다고 하였다.  ‘옥수수는 국내산이냐’는 질문을 하니 사장님을 나를 답답하다는 표정을 보셨다.


“국내산 옥수수 전량을 사용하면 한 4개월밖에는 못 먹일 겁니다.  그리고 단가를 계산하면 엄청나겠지요.  사료가 국내산이냐 외국산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유정란을 위해서는 어떻게 사육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말씀과 함께 윤 사장님은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닭은 닭답게 키워야지요.


“닭은 원래 땅을 헤집고 하늘을 보고, 모래를 먹으면서 자유롭게 날고 뛰고 하는 것이 습성인데 현재 사육되고 있는 대부분의 닭들은 케이지 사육을 당하고 있어요” 라며 케이지를 보여주셨다.  6칸이 나누어진 케이지는 한칸이 한 25cm정도 되어보였다.  놀랍게도 그 좁은 공간에 2마리가 들어간단다.  더 놀라운 사실은 케이지 사육일 경우 300평 정도에 5만수 정도 사육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새벌농장은 800평인데도 7천수 정도 사육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났다.



“동물 복지라는 것이 있어요.  생태적인 측면에서 닭 중심의 사육이 중요합니다.  닭은 닭답게 키워야지요.”


닭을 닭답게 키운다는 말은 너무도 상식적인 말임에도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인공 수정 된 유정란이 친환경 유정란으로 둔갑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케이지 사육을 통해 달걀을 얻고 있어요.  더 기가 막히는 건 케이지 사육 닭에서 얻은 달걀도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마크’를 받아 친환경 유정란으로 취급된다는 겁니다.  상식 밖의 일이죠?  장닭의 정자를 투여해서 유정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요.  한번 투여한번 15일 정도는 생산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보름에 한번 꼴로 주사를 맞아요.  이렇게 동물 복지를 무시하고 길러낸 닭에서 얻은 달걀이 친환경 인증 마크를 받는다는게 말이 됩니까.  이것이 축산 현실입니다.”


윤사장님 말씀대로 기가 막히는 이야기였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정란 대부분이 이렇게 생산된다고 생각하니 속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기능성 달걀들은 난황의 색깔을 짙게 하기 위해 케로필레드 색소를 쓰는데, 이것은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거예요.  이것을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착색제를 써서 색을 내고 인공적인 방법으로 수정 한다면 첨가제가 들어간 공장에서 생산되는 과자랑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자연방사와 자연수정을 통해 생산된 유정란 농가가 그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새벌 농장은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렇게 기준 없이 주는 마크를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면 판매에 큰 지장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손 사장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듯 했다.  농장을 방문하게 되면 이런 마크가 중요하지 않음을 알수 있기 때문이란다.  현재 새벌 농장 유정란은 한국생협연대와 한살림 경남, 생태유아공동체, 김해YMCA에 공급되고 있으며 곧 마산YMCA에서도 공급할 예정이다.



소비자와 생산지는 만나야 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만나야합니다.  그래야 서로 믿음이 생기고 긴장도 하며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환영하니깐 시간되시면 자주 자주 놀러오세요”


손용익 사장님은 귀농하신 분이다.  96년에 귀농을 위해 2년 정도 공부한 후 98년부터 유정란 생산을 하였다고 한다.  올해로 11년째 한 우물을 파신 것이다.  손 사장님은 본인을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였다.  농장에 들어서자 마자 농장 곳곳을 소개해주신 배려와 그리고 넘치는 자신감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손사장님 말씀대로 만남은 중요한 것 같다.  손 사장님이 직접 싸 준 유정란을 먹을려니 그 분의 미소가 떠올려지면서 신뢰가 생기는 건 물론이거니와 맛도 2배로 좋았다.  이것이 만남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정란도 다 같은 유정란이 아님을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