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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사랑 담긴 이유식으로 건강한 아이 키워요

이유식을 시작한지 6개월이 다되어 간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아직도 남아있다.  ‘혹시 안 먹으면 어쩌지?’,  ‘먹고 탈나면 어떡하지?’,  ‘정말 소화를 제대로 시킬수 있을까?’ 라는 걱정과, ‘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자랐지’라는 대견함 등등.. 온갖 생각들로 가득했었다.


어쨌든 이유식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책을 구입하여 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했고, 이유식을 먼저 시작한 동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식에 대한 정보는 많다 못해 넘쳤고 관점도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인터넷과 유아 잡지에 나온 정보는 일단 뒤로 하고 이유식 서적 2권을 비교해서 읽어 보았다.


김수현의 ‘다시 쓰는 이유식’과 하정훈의 ‘삐뽀 삐뽀 119 이유식’이다.


이유식을 먹는 이유


이유식을 먹는 이유는 두 책 모두 영양 보충과 밥 먹는 훈련 및 건강한 식습관 형성이라고 정리하고 있었다.  특히 모유의 경우 6개월이 지나면 면역력이나 영양면에서 다소 떨어지는데 이를 이유식을 통해 보충하게 되며, 유동식에서 고형식으로 넘어가는 훈련의 시간이 될 뿐 아니라 어릴 때 먹었던 식습관이 평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영향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수현씨의 경우는 아연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반찬보다는 밥 먹는 훈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고, 하정훈씨는 철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기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유식 주요 섭취 음식은 현미?



이유식 기간 중에 반드시 섭취해야할 영양소가 달라 주요 섭취 음식에 차이가 나서 더 헷갈렸다.  김수현씨의 경우는 반드시 이유식을 현미로 시작해야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정이 많이 된 곡식을 섭취할 경우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비타민과 미네랄은 생명의 치유회복, 삶의 활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당분과 단백질, 지방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타는 영양소’라면 비타민과 미네랄은 ‘태워주는 영양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없다면 에너지원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아 힘을 낼 수 없고 신체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도 없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곡식의 씨눈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김수현씨는 건강을 위해서 현미식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유식은 현미를 먹기 위한 훈련 기간이라고 한다.


김수현씨의 현미 이유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현미의 섬유질 때문에 아이가 소화를 시키기 힘들며, 현미의 히스티딘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히스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서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수현 씨는 이 섬유질이 오히려 위의 연동 운동을 자극해서 위장을 좋게 하고 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아기 이유식에는 불린 후 갈아서 사용하면 소화에는 큰 지장이 없고 섭취할 수 있다고 하였다.  현미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연식품을 하나의 약물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견해라며 히스타민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사실이지만 이것 또한 면역 성분중 하나이며 히스티딘이 많다고 해서 히스타민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필요에 의해서만 합성될 뿐이라고 하였다.


이유식 시작하면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데...


하정훈 씨는 현미를 6개월부터 먹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흰 쌀죽으로 이유식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흰쌀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적을 뿐 아니라 소화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정훈 씨와 김수현 씨의 이유식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것은 고기 섭취에 대해서다.  하정훈 씨는 철분 섭취를 위해서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기는 철분 보충을 위해서 6개월경부터 꼭 먹여야 한다.  고기는 국물만 먹이는 것이 아니다.  국물뿐 아니라 고기 그 자체를 먹여야 한다.  기름기 없는 부분을 먹여야 하는데, 초기에는 갈아서 먹이고, 7개월쯤 되면 완전히 갈지 않고 약간의 덩어리가 있는 것을 먹여야 한다.


하지만 김수현 씨는 고기를 아기가 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뽑았다.  육류를 먹이는 것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기의 위장기능과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만 높인다고 하였다.  고기는 지방이 많아서 삼가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아기들의 위장이 미성숙해서 단백질을 완전하게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또한 고기의 철분 흡수율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빈혈이 있다면 철분이 흡수되는 위장과 헤모글로빈의 합성을 돕는 조혈 비타민의 결핍을 의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현미를 선택하고 고기를 버렸다.


상반된 두 의견에 헷갈렸다.  주요 섭취 음식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라니.... 다른 자료를 봐도 두 의견은 팽팽하기만 했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현미로 이유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수현 소장의 말을 좀 더 신뢰가 갔기때문에 고기도 먹이지 않기로 했다. 


현미 이유식을 먹이기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먼저 하루 정도 현미를 불렸다가 물 뺀 후 갈아야했는데 믹서기를 쓰면 영양소가 파괴된다고 해서 절구에 넣어 빻았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곱게 갈리지 않아 꽤 많은 품을 팔아야했다.  그 순하디 순한 신랑이 짜증을 낼 정도였으니깐....


준비도 준비였지만,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소화도 못 시키는 아기에게 현미식을 먹인다고 하니 기가 막혔을 것이다.  심지어 친정엄마께서는 “나도 현미 소화시키기 힘들다.  아(아기)한테 무슨 짓이고” 라고 말하며 역정까지 내셨다.  하지만 지지해주는 신랑 덕분에 간신히 어른들 반대를 이겨낼 수 있었다.


현미를 먹어 봤지만, 특별히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먹고 소화시키는 데는 그리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가끔은 흰쌀과 섞어주기도 했고 조나 기장, 수수를 하나씩 섞어가며 먹였는데 탈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른들의 반대가 심해서 혹시 탈나면 고스란히 내가 책임져야했는데 그런 일은 발생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고기도 두 돌까지는 먹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고기에 대해서는 우리 신랑도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딸이 소아표준 기준치에 못 미치는 체중이여서 어른들의 반대는 현미 문제보다 더 심각했다.  결국 10개월까지는 나의 뜻대로 고수했지만 결국 어른들에게 뜻을 꺾기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주 고기를 주는 것은 아니다.  되도록 주지 않을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빈혈 검사를 하지 않아서 철분이 부족한지에 대한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평소의 활동력과 피부색을 보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인다.  물론, 아기는 아직도 마른 편이다. 


소아표준 성장치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김수현 씨는 소아표준 성장치가 아이의 건강과 비례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육아에서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되는 것은 이론적인 수치가 아니라 사랑과 따뜻한 관심이라며, 태어날 때 몸무게가 다 제 각각이듯 성장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기도 태어날 때 작은 편이였다.  작게 태어난 아기가 회복할려면 2-3년은 족히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조급함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더 불안하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유식에 관한 견해 차가 있는 두 책을 보고, 또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보면서 헷갈리기는 했지만, 반드시 잊지 말아야 되는 것이 있었다.  어떠한 것도 정해져 있는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아기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엄마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여유가 있다면 아기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소현씨나 하정훈씨나 두 분 모두 이유식을 직접 만들 것을 권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유식을 왜 하는지 제대로 알고 그 목적에 맞는 이유식을 준비한다면 어렵게만 볼 일이 아는 듯 했다.  이유식은 사랑과 정성이며 아기의 성장 과정 중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다.  다시 말해서 이유식 레시피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이유식 완료기에 접어들었다.  이유식을 손수 만들어 주며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조금은 고되긴 했지만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지내놓고 나니 뿌뜻하기도 하고 할만한 일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식을 통해 까칠한 현미식에 훈련된 우리 딸, 이대로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