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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울면서 출근해야하는 대한민국 직장맘!

 지난 연말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양가 어르신들이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잠시 병원에서 쉬시면 되어 마음은 어느 정도 놓을 수 있었다.


문제는 딸이었다.  21개월 된 딸을 시어머니께서 봐주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급하게 찾아야했다.  마침 동생 아이가 15개월이라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어 딸을 부탁했다.  서로 알아서 잘 놀겠지 생각했는데, 하도 싸우는 통에 퇴근 후 집에 가보니 동생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결국 동생에게 딸을 맡기기엔 어려움이 있겠다 판단하여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예전부터 소개받았던 어린이 집이 있었는데, 저녁에 남편과 딸과 함께 어린이 집을 방문하였다.  딸은 도착하자마자 미끄럼틀에 관심으로 보이며 열심히 놀았다.  원장선생님 인상도 너무 좋고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 다음날부터 바로 다니기로 결정했다.


잘 가라고 손들어주는 아이, 하지만~


어린이 집 첫날! 아이는 먼저 온 5살 된 남자아이에게 ‘오빠야~’라 부르며 좋다면 안아주고 미끄럼틀에 올라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엄마, 일하고 올께’라고 하니 손까지 흔들어준다.  ‘우리 딸은 적응 잘하는 모양이구나’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출근하였다.


하지만, 저녁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받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낮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내내 엄마, 아빠, 할머니를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저녁에 아이를 받았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 훌쩍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본 순간 다시 밝아졌지만 그 모습조차도 마음이 아팠다.


어린이 집 둘째 날! 아이는 이미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차가 보이자 ‘엄마, 안아’라며 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첫 날은 아무것도 모른 채 떨어졌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지내야한다는 사실은 알게 된 것이다.   ‘엄마 일하고 올께’라고 하니 울고 난리다.  


겨우 겨우 선생님께 안겨주고 나왔다.  아이가 울음을 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울음소리가 잦아들지 않았다.  출근시간에 쫓겨 결국 발걸음을 옮겼는데 10쯤 지날 때 선생님으로부터 울음 그쳤다고 전화가 왔다.  그 날 받은 쪽지에 의하면 하루 종일 선생님께 안겨있었다고 한다.


어린이 집 셋째 날! 이 날은 더 심각했다.  나에게 안겨서 옷깃을 잡고 놔주질 않는 거다.  울음도 그냥 울음이 아니라 입술까지 새파래지는 넘어가는 울음이었다.  떼어 놓고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제 모든 것이 공감되었다.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했던 엄마들의 이야기, 울면서 출근했다는 말들... 당시 이런 말을 들을 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거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아이 때문에 포기하고 아파하는 엄마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걸 경험하고 나니 선배 직장 맘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애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출근해야하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난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아이에게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친절하고 자세하게 어린이집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지금 내가 간절히 바라는 건 어머니가 빨리 회복하셔 아이를 봐줬음하는 것 보다 아이가 이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맡겨진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직까지 아침에 아이는 울고 불고난리를 피운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오는 쪽지 내용이 점점 더 발전적이긴 하다.  엄마랑 떨어질 때 울긴 해도 울음도 금방 그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도 시작했으며 낮잠도 1시간 이상 잔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이런 아픔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큰 것일까?’ 라고...

육아문제는 결코 돈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 동안 이런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 너무도 감사하다. 


앞으로 직장 맘으로서 보다 더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작은 일에도 흔들릴 뻔 했는데, 앞으로 닥칠 시련에 내가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해진다.  나를 좀 더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직장 맘으로 사는 건 너무도 힘들다는 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