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8 09:42

출산 강요는 폭력에 가까워..

 현재 나의 삶을 짓누르는 질문이 있다.  ‘둘째 언제 가지냐’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첫 애를 낳고 1년도 되지 않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기도 하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 졸이고 있을 때 주위에서는 ‘아이 꼭 필요한 거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라’며 위로했었는데 이제 그 분들이 둘째를 빨리 가져야된다며 난리이다.  없으면 모를까 아이 하나는 너무 외로우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둘째를 꼭 낳아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으니 둘째는 포기하기로 결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둘째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이야기를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하면 ‘너무 이기적이지 않냐’고 나무란다.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생각하라’고...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늘 하는 말이 있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해야 한다. 둘째를 낳고 기르는 동안 아이에게 나의 힘듦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고, 내 꿈이 그것으로 인해 좌절되면 또 원망하지 않겠냐? 아이를 위해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은 것일 뿐이다’


내가 이렇게 비약에 가깝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그 동안의 육아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주위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변수가 생기고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사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때가 많다.  지역의 현안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저녁에 회의가 집힐 수 있고, 급하게 의견서나 성명서를 낼 때도 있으며 캠페인이나 농성 일정이 잡히기도 한다.  또 출장은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 즐겁게 한 일들이 아이가 생기니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셔서 마음은 편했지만, 자주 늦게되면 친정어머니는 월급 거론하시며 일의 양과 나의 일하는 태도를 비난하셨다.  이런 분쟁이 자주 일어나니 결국 마음의 금이 생기게 되고 결국 시어머니께서 육아를 맡게되면서 마음의 부담감을 훨씬 더 했다.


회의가 잡힐 때 마다 출장이 있을 때 마다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머리를 조아려야했다.  요즈음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조금은 덜 부담스럽지만, 퇴근이 늦어질 경우 결국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맡길 곳 없는 아이 많은 책임이 엄마에게로..


일을 하다 보면 일주일 내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하는 일 또한 일찍 마치는 일이 아니라 육아를 분담하기엔 한계가 있다.  어떤 땐 일정을 포기하고 또 어떤 땐 일을 싸들고 와야 했다. 아이랑 놀아주고 씻겨주고 나면 9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그때부터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의 맥이 끊기는 느낌이 들면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민다.


이런 하소연을 하면 일을 많이 시키는 쪽이 문제 아니냐고 지적한다.  8시간 노동시간 보장 즉, 퇴근 시간만 보장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노동시간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일의 종류도 있는 것이다. 내가 그렇고, 나의 남편 일이 그렇다.  결국, 마음 놓고 일하려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육아정책을 내고 있지만 이렇다할 뽀족한 대안은 없었다.  ‘아이 돌보미’지원사업이 있긴 하지만 이것 또한 이용하기에 만만치 않았다. 먼저 비용도 비용이지만, 밑고 맡기기엔 보육자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교육대상자가 아이엄마들이 많아 결국 아이 돌보미를 이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지 어떠한 놀이감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들로 인해 나쁜 평가를 대상자들로부터 받아야했다.



육아정책에 핵심은 ‘사람’


아이 돌보미에 이어 올해부터 ‘야간돌봄 전담 유치원’이 150곳에서 시범 운영되어 지고 경남만 해도 10곳이 운영되는데 이러한 지원 정책에 반갑긴 하지만 얼마만큼 현실적인 육아 대안인지 궁금하다. 


6. 2 지방선거 정책에 육아 문제 해결은 빼 놓을 수 없는 아젠다가 되어 버렸다.  공동육아시설 운영이니, 육아 지원금이니 등...  이제 조금씩 육아문제를 여성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해 기대가 되지만 뭔가 빈껍데기인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정책에 뒷받침 되어야할 것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아이와 마주하냐는 것이다.  사실, 아이돌보미나 야간돌봄 유치원, 공동육아시설이 활성화 되려면 믿을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물론 많은 기간에서 보육교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내세우는 공약에 비해 숫자도 부족할 뿐더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력이냐에 의문이 생긴다.


특히, 올해 아이돌보미 사업을 확대 시행한다고 하는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육아를 맡게 되는 인력이 보다 더 많은 경험과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려면 먼저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지자체나 정부가 맡아야 한다.  지식적 측면과 더불어 인성을 포함한 교육관과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교육이 충분히 있어야하며 이를 맡게 되는 기간 또한 매우 적극적으로 인력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키고 그만한 대우가 충분히 있어야한다.  인력에 대한 준비 없이 시스템만 구축해 놓고 육아 문제를 해결했다며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이 문제를 너무도 안일하게 보는 태도일 것이다.


육아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필요


일을 하는 엄마로서 가장 힘든 건 육아에 있어서 ‘엄마’에게 너무도 큰 하중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부부가 함께 늦을 경우 일정을 포기하는 건 (나의 경험에 빗대면) 항상 엄마 쪽이다.   남편과 의논하여 서로 육아 계획을 세워도 남편이 일찍 와서 아이를 보는 건 의미 없다고 어른들은 강조하시기도 한다.  수유 할 때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러한 모습은 수유를 끊고 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결국 육아에 있어서 책임은 엄마라는 것 다시 말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육아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올바른 육아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경우는 육아문제를 두고 단순히 부모 자식간의 가족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데 시사점이 크다.  결국 육아문제를 사회 인력 재생산으로 보고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보는 것이다.  프랑스의 육아정책은 재정적 지원 뿐 아니라, 공공탁아시설 운영은 기본이 아이의 육아를 맡고 있는 조부모 교육 또한 책임지고 있다.  또한 모든 양육 방법에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에서 육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어떤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육아를 책임지는 지자체’ 와 같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육아와 관련해서 많은 구호와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 모든 정책들이 허울 좋게 겉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이 아닌 사회적 아이를 길러낸다는 책임 속에 만들어진 속이 꽉 찬 정책이길 바란다.


지금 현재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산을 강요하는 건 폭력임을 강조하며 직장 맘의 하소연을 마치고자 한다.

Trackback 0 Comment 2
2010.02.09 09:25

겨울철 건조한 방 이렇게 해결하세요.

카랑카랑했던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쉰 쇳소리가 났다.  어린이집에서 소리를 많이 질렀거나 노래를 과하게 불러겠지 생각하고 아이를 재웠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록 목이 잠겨있었다.  약간의 미열도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아이들이 목이 부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부랴부랴 병원을 가니 '후두염'이란다.  목이 심하게 부웠는데, 방이 따뜻하게 하거나 건조하면 증세가 더욱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아마도  열도 곧 오를것 같다고 한다.

열이 많은 신랑과 아이때문에 방은 원래 따뜻한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건조한 방이 문제인데 나름대로 건조함을 없애기 위해 젖은 수건을 걸어두거나 물 그릇을 두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 편이었다.  하지만, 후드염이라고 진단받고 나니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된 가습기 사용은 독이 될수도

가습기를 생각해보았지만, 가습기는 관리도 어려울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 시 방안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가습기 열병'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가습기 사용 후 열, 구토,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지만 오염된 가습기 물통 속에 있는 아메바, 곰팡이 균이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습기사용에 대한 생각은 이내 접어버렸다.

여러가지 자료를 검색해 본 결과, 우리 가정에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습도조절

1) 참숯 사용
2) 야 밤의 손빨래
3) 작은 물그릇과 유칼립투스유

먼저, 참숯을 이용하는 것이다. 참숯은 습도 조절에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름의 경우는 습한 기운을 빨아들이고 겨울의 경우 물의 담궈놓으면 습기를 내뿜게 된다.  특히, 참숯은 관리하기가 편리한데 1-2주 마다 깨끗하게 씻어주면 된다.  자료를 찾아보니 흑탄보다 백탄이 좋다고 한다.  흑탄의 경우 장시간 물의 담궈놓을 경우 곰팡이와 세균번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생협을 통해 숯을 구입하였다.

두번째 습도 조절 방법은 손빨래였다.  아이의 옷을 대부분 손빨래를 하는데 조금씩 모아두웠다가 빨곤 했다.  이 빨래감들이 습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꺼라 판단하여 매일 손빨래를 하게되었고 빨래들을 건조대에 걸어놓으니 훌륭한 가습기가 되었다. 

비누는 친환경 비누를 사용하면 헹굼도 쉽게 되고 안심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빨래는 밤 사이에 거의 말라있다.  얼마나 방안이 건조했는데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세번째 방법은 물 그릇이다.  작은 물그릇에 물을 가득 담고 목이 붓고 콧물때문에 고생하는 딸을 위해 유칼립투스유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면 온 방이 이내 그 향으로 가득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향이 부담스러웠지만, 조금 지나다보니 향에 익숙해 졌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가 먹는 나무로 유명하다.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오일은 찬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코막힘이나 기침에 좋으며 감기 예방 효과 살균 및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유칼립투스유는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현재 마산YMCA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습도조절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데 아이의 후드염은 금방 호전되었다. 





Trackback 0 Comment 3
2010.01.13 18:08

울면서 출근해야하는 대한민국 직장맘!

 지난 연말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양가 어르신들이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잠시 병원에서 쉬시면 되어 마음은 어느 정도 놓을 수 있었다.


문제는 딸이었다.  21개월 된 딸을 시어머니께서 봐주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급하게 찾아야했다.  마침 동생 아이가 15개월이라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어 딸을 부탁했다.  서로 알아서 잘 놀겠지 생각했는데, 하도 싸우는 통에 퇴근 후 집에 가보니 동생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결국 동생에게 딸을 맡기기엔 어려움이 있겠다 판단하여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예전부터 소개받았던 어린이 집이 있었는데, 저녁에 남편과 딸과 함께 어린이 집을 방문하였다.  딸은 도착하자마자 미끄럼틀에 관심으로 보이며 열심히 놀았다.  원장선생님 인상도 너무 좋고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 다음날부터 바로 다니기로 결정했다.


잘 가라고 손들어주는 아이, 하지만~


어린이 집 첫날! 아이는 먼저 온 5살 된 남자아이에게 ‘오빠야~’라 부르며 좋다면 안아주고 미끄럼틀에 올라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엄마, 일하고 올께’라고 하니 손까지 흔들어준다.  ‘우리 딸은 적응 잘하는 모양이구나’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출근하였다.


하지만, 저녁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받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낮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내내 엄마, 아빠, 할머니를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저녁에 아이를 받았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 훌쩍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본 순간 다시 밝아졌지만 그 모습조차도 마음이 아팠다.


어린이 집 둘째 날! 아이는 이미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차가 보이자 ‘엄마, 안아’라며 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첫 날은 아무것도 모른 채 떨어졌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지내야한다는 사실은 알게 된 것이다.   ‘엄마 일하고 올께’라고 하니 울고 난리다.  


겨우 겨우 선생님께 안겨주고 나왔다.  아이가 울음을 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울음소리가 잦아들지 않았다.  출근시간에 쫓겨 결국 발걸음을 옮겼는데 10쯤 지날 때 선생님으로부터 울음 그쳤다고 전화가 왔다.  그 날 받은 쪽지에 의하면 하루 종일 선생님께 안겨있었다고 한다.


어린이 집 셋째 날! 이 날은 더 심각했다.  나에게 안겨서 옷깃을 잡고 놔주질 않는 거다.  울음도 그냥 울음이 아니라 입술까지 새파래지는 넘어가는 울음이었다.  떼어 놓고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제 모든 것이 공감되었다.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했던 엄마들의 이야기, 울면서 출근했다는 말들... 당시 이런 말을 들을 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거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아이 때문에 포기하고 아파하는 엄마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걸 경험하고 나니 선배 직장 맘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애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출근해야하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난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아이에게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친절하고 자세하게 어린이집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지금 내가 간절히 바라는 건 어머니가 빨리 회복하셔 아이를 봐줬음하는 것 보다 아이가 이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맡겨진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직까지 아침에 아이는 울고 불고난리를 피운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오는 쪽지 내용이 점점 더 발전적이긴 하다.  엄마랑 떨어질 때 울긴 해도 울음도 금방 그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도 시작했으며 낮잠도 1시간 이상 잔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이런 아픔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큰 것일까?’ 라고...

육아문제는 결코 돈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 동안 이런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 너무도 감사하다. 


앞으로 직장 맘으로서 보다 더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작은 일에도 흔들릴 뻔 했는데, 앞으로 닥칠 시련에 내가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해진다.  나를 좀 더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직장 맘으로 사는 건 너무도 힘들다는 걸 새삼 느낀다.

Trackback 0 Comment 4
2009.12.24 06:08

아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직장 맘~

아이와 오랜만에 단둘이 있게 되었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니께서 병원에 가시는 날이고 친정아버지의 입원으로 친정엄마까지도 애를 봐줄 여건이 안되어 결국 휴가를 냈던 것이다.  물론 오전에만 휴가를 썼다.

주말은 늘 가족들과 보내서 단둘이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조금은 긴장 되었다.  더군다나 최근 아이가 점점 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만 따르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만회해보자는 각오까지 세웠던 터라 단 둘의 시간을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20개월 된 딸은 엄마가 출근해야할 시간인데도 자기랑 같이 있는게 어색한지 계속 눈치를 살폈다.  딸도 나랑 단둘의 시간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굉장히 활동적인 성향이라 '잡기 놀이'와 '숨박꼭질'을 좋아하는데 일단 아침밥을 먹이고 점수도 딸 겸 딸이 좋아하는 놀이를 시도하였다.  할머니랑 할 때는 그렇게 넘어갈듯 웃어대고 폴짝폴짝 뛰어가며 좋아하더니, 나랑의 놀이는 그렇게 흥미가 없나보다.  그냥 살~짝 웃으며 이내 할머니를 찾는다.   '함모니~함보니' 불러도 반응이 없으니 이내 울먹거리기까지 한다.  일단 책에서 배운대로 눈을 맞추고 할머니가 어디 가셨는지 그래서 오늘은 나랑 있어야 됨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나 울먹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딸을 달랠수 있었던 건 나의 부드러운 말투도 따뜻은 포옹도 아닌 '귤'이었다.

일단, 놀이를 통한 유혹은 포기하고 시어머니와 남편이 잘하는 '이상한 표정짓기'를 시도해 보았다.  약간 어눌한 말투와 얼굴표정을 일그러뜨려 보여주면 뭐가 그리 웃긴지 넘어가듯이 웃어댄다.  나 또한 최대한 나를 망가뜨려 보았다.  결과는 음~ 역시 미지근했다. 

역시, 이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동화책 읽어주기다.  딸이 좋아하는 동화책을 가져와 무릅에 앉혀 읽어주기 시작했다.  동화책은 주로 아빠랑 읽는데 아빠는 항상 동화책에 나오는 물건들의 이름을 가르쳐주고, 또 '이게 뭐야'라고 질문을 하는데 이름을 맞출때마다 넘치게 칭찬한다.  약간의 쇼맨쉽을 가진 남편은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편이다.  나 또한 아빠가 했던 것 처럼 조금은 가장스럽게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딸은 책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고 '과자'를 외치며 '주세요, 주세요'라며 떼를 섰다.  그래서 또 책에서 배운대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과자는 안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역시 통하지 않았다. 화가 났는지 책을 집어 던져버렸다.

이런 모습에 나도 화가 났다.  하지만, 내가 읽은 육아책에서는 화가 나 있을 경우 어떤 말도 아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다리라 했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아이가 화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니 딸은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를 찾는 것이다.

우는 아이를 꼭 안아줬는데, 이 아이는 나에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온 이야기는 '약~~'이다.  이 말은 혹시 약줄려고 안았냐는 질문이다.  그래서 '약 없다'하니 두번째 확인에 들어간다.  '코딱지'이다.  코딱지 뺄거냐는 질문인데 딸아이 코에 코딱지가 있으면 난 잠시 정신을 잃고 이를 빼내기위해 용을 쓰게되는데 이 과정이 아이에게는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니'라고 얘기하니 마지막으로 '치카치카'라고 묻는다.  양치는 나의 과도한 시도로 상처를 입은 적 있어 그때이후로 양치할때마다 울음바다가 된다. 이것도 아니라고 하니 그제서야 품에 안기는 것이다. 

짧은 단 둘의 시간은 이렇게 끝났다.  오전의 경험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육아에 반발짝 물러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나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주로 악역을 내가 맡아서 그럴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었다.   딸이 싫어하는 약먹이기, 코딱지 빼기, 양치시키기는 물론이고 문제 행동에 대한 수정도 내가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 문제는 아니었다.  딸이 좋아하는 놀이는 할머니랑 주로 하고 동화책 읽기는 아빠랑 주로 한다.  내가 하는 건 먹을 것 챙겨주기, 옷입히기나 씻기기, 잠재우기 정도라고나 할까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어던 것이다. 

수유를 할때는 수유하는 동안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노래도 불러줬는데, 수유를 끊은 후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니 딸이 나에게 오는 게 달갑겠는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따로 메모도 해두며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그 책들이 도움이 전혀되지 않았던 건 아닌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 나온 기술적인 부분은 우선 마음에 충분한 사랑이 있어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책에서 나온대로만 시도 했다.  다시말해 기술적인 부분을 흉내만 낸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아이에게 먹이는 음식에 대해 늘 마음을 걸려했었다.  그런데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주고 놀아주시는 어머니의 육아법이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건강하게 하는지 또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확인했다.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그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난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는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그나마 다행인것이 아빠랑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반성하며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물론 나의 악역은 계속되겠지만...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