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9 19:05

유기농보다 더 값진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꽃샘추위가 잦아드는 3월 28일 월요일 아침, 마산YMCA 등대 촛불들은 소박한 도시락과 작은 과도를 싸들고 함안 숲안마을로 향했습니다. 이 날은 올 한해 동안 어떤 생명의 먹을꺼리들을 만나게 될지 계획하는 날이었습니다. 촛불들은 이를 ‘농사 계획’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숲안마을 방문은 지난해 11월 배추 농활 이후 처음입니다. 이건 무심해서가 아니라 숲안마을 촌장님이 키우는 소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남이라 들뜬 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했고, 촌장님이 숲안마을 근황 소개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숲안마을은 구제역보다 경전철공사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발파공사로 인한 가축피해,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 등으로 젊은 사람들의 역할이 많았다고 합니다.

 

상생의 도농공동체 실현위한 마을 어르신과 관계 트기

 

서로의 근황을 확인 한 후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마산YMCA가 준비하고 있는 그린푸드센터에 대해 소개하면서, 여성농부 및 어르신들의 텃밭 생산물과 도시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는 채소꾸러미 사업을 부활하여 좀 더 의미있는 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제안이 첫 안건이었습니다.

 

작년에 시도한 채소꾸러미 사업은 갑자기 중단되었습니다. 채소꾸러미사업은 일주일에 한번 농부가 손수 준비한 채소 꾸러미가 도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사업을 말합니다. 꾸러미 속에는 도시소비지가 원하는 채소가 아니라 자연이 키워준 순서대로 농부의 판단으로 선택된 채소가 담겨져 있습니다. 꾸러미가 도착하면 ‘어떤 채소들이 들어있을까’라는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재미가 더 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숲안마을 여건과 맞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텃밭 개념으로 운영할만한 농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작년까지 채소꾸리미 사업에서 배송을 담당했던 농부가 합천으로 이사를 간 것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등대와 소통했던 숲안마을 농부들은 주로 귀농을 한 젊은 층의 농부들뿐인데 , 그 동안 교류가 없었던 마을 어르신들께 채소꾸러미 사업을 갑자기 제안하는 것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채소꾸러미 논의 방향은 숲안마을 어르신들과의 관계 만들기를 초점에 두고 올해 중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보자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리고 숲안마을의 또하나의 제안은 등대가 땅을 빌리는 것이었습니다.

 

숲안마을과 마산YMCA 등대의 공동 농장을 만들어, 관리의 책임을 서로 동등하게 부여한다면 기존 텃밭개념보다는 생산력이 높고, 관계형성에도 더욱더 긴밀해질꺼라는 이유에서 나온 제안입니다. 이 제안 또한 각자 좀 더 깊이 연구한 후 4월 중에 모임을 다시 가지기로 했습니다.

 

숲안마을에서 생산되는 생명의 먹을거리

 

2011년 숲안마을에서 공급할 수 있는 생명의 먹을거리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의 했던 생산물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기와 양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뜻을 최대한 담은 숲안 마을표 생명의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 4월 20일 경 : 취나물 채취

- 4월 말 : 다래 순 채취

- 5월 중순 경부터 : 밤 꿀과 아카시아 꿀

- 6월 초 (현충일 전후) : 유기농 매실

- 6월 초 중순 : 열무 (직접 수확하는 조건)

- 6월 20일 전후 (하지 경) : 감자 (작년에 대박), 마늘

- 7월 초 : 옥수수

- 7월 이후 : 고춧가루

- 8월 이후 : 고욤 감잎차 (긍정적인 검토)

- 11월 : 배추

- 12월 말 : 야생 곶감

 

여기에서 마늘쫑과 깻잎은 직접 찾아가서 채취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니 벌써 밥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자 싸온 소박한 도시락을 함께 펼쳐놓고 ‘하하호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준비해온 칼을 들고 밭으로 산으로 쑥 캐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움직였습니다. 작게 울리는 웃음소리는 어느 것과 비할 수 없는 멋진 봄의 소리였습니다.


 


매년마다 농부님들과 좀 더 찐한 우정을 나누자고 다짐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소통의 중요성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른 멋진 만남으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유기농도 좋지만 이것보다 더욱더 값진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아름다운 소통 속에서의 공급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1
2010.01.29 15:47

깨와 단호박 농사도 가능한가요?

1월 28일 12시  마산YMCA 1층 사무실은 아줌마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날은 등대 촛불(회원)들이 먹을거리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숲안 마을 생산자들과 2010년 농사계획을 세우는 날이다.

모임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요기 할 수 있는 간식거리를 한아름 안고 14명의 촛불들과 숲안마을로 향했다.  간식거리 때문인지 아님 지난 1월 초 수련회 이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인지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마산YMCA회관에서 출발한지 40여분 만에 숲안마을에 도착했다.  행정명은 임촌이지만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숲안마을이라 부르고 있다. 숲안마을은 숲 안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이 마을에 들어서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숲안마을의 생산자들, 4농가인데 모두들 귀농하신 분들이시다.  촛불들과 연배도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근황을 묻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회의에 앞서 고픈 배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간식거리를 나눠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정리의 달인 촛불님들>

2009년 숲안마을과의 교류, 절반의 성공!

간단히 요기를 해결한 후, 회의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 한 해동안 숲안마을과 등대와의 거래 내역과 교류 활동들을 정리해 보았다.  지난해 농사 계획에 50%밖에 실현되지 못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분위기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성할 건 해야했기에 서로의 문제점을 걸르지 않고 짚어내었다.  생산자, 중간역할을 하고 있던 생협담당 실무자, 등대 촛불들 모두 각자의 반성이 이어졌고 2010년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며 다짐하기도 했다.

2009년 한 해동안 숲안마을과 거래했던 농산물은 꿀, 마늘, 감자, 옥수수, 배추, 고춧가루, 곶감이다.  품목은 다양하지 못했지만 4개 농사와 골고루 거래할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획했던 내용 중에 거래되지 못한 품목은 매실, 도라지, 단호박, 고구마 등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고구마는 토질의 문제로 농사가 힘들다며 아마 앞으로도 고구마 공급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심각하게 토론 중인 숲안마을 멋쟁이 생산자들>

도농교류활동 또한 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일부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매실따기, 마늘쫑 뽑기, 정월대보름행사, 배추뽑기와 절이기만 진행되었는데, 이 활동 또한 참여율이 저조하여 제대로 진행되었다는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한 해 서로가 너무 바빴다는 것을 인정하며 제대로 된 생협운동, 상생의 도농교류를 꿈꾼다면 좀 더 신경써서 노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생협지기들의 역할 강화의 필요성과 교육을 통해 생협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의식변화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비자 선택권 없이 생산자가 주는대로 먹는 제철 채소꾸러미

2009년 평가를 마친 후 올해 농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먼저 생산자별 공급 가능한 농산물을 정리해보았다.  크게 작년 생산물과 벗어나지 않았지만, 촛불들이 토마토와 깨, 단호박 공급이 가능한지 질문하였고, 쉽진 않지만 올해는 시도해보자고 하였다. 

사실, 대부분의 촛불들은 시골에 살고 있는 가족들로부터 쌀과 채소류는 공급받고 있어, 실제로 필요한 품목은 잡곡이나 아이들의 간식류 등인데 숲안마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현재, 우리텃밭이나 경기등대생협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철채소꾸러미를 제안해 보았다.  제철채소꾸러미는 소비자가 필요한 농산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생산된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꾸러미를 열어보기 전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수가 없다.  우리텃밭은 한달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한 꾸러미에 25,000원, 경기등대생협은 1년 계약으로 진행되며 한 꾸러미에 15,000원이다. 

물론 제철채소꾸러미는 채소로만 이루어지진 않는다.  우리텃밭의 경우 두부와 짱아지, 된장, 간장과 같은 가공품이 포함되어 있고, 경기등대생협의 경우도 된장과 절임류 등 가공식품이 일부 포함된다.

두 사례를 이야기했더니,숲안마을 생산자들이 매우 관심있어 했다. 그런데, 촛불들도 숲안마을 생산자들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감이 잡히지 않아 막막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텃밭이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김은진 교수(원광대)를 모시고 강의를 듣기로 했다.  농사계획은 설 전에 나와야하기에 2월 8일로 급하게 일정을 잡게 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강의를 듣고 토론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며, 내린 결정에 대해 모두들 뿌듯해 했다.   이날 강의를 마친 후 회의를 통해 2010년 구체적인 농사계획과 물류 계획, 그리고 교류 활동내용들이 정리될 것이다.  올해는 많은 촛불들이 참여한 가운데 농사계획을 세웠기에 계획 실현 또한 여느 해와 다를 것이라며 기대 속에 회의를 마쳤다.

2월 28일 정월대보름행사로 숲안마을과의 첫 교류를 열 것이다.  이미 예산이며 달집 만들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그 동안의 정월대보름행사는 숲안마을 측에서 거의 모든것을 준비해 놓고 촛불들이 참가만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공동주관으로 진행하게 된다.  특히, 올해 정월대보름은 일요일이라 조금 일찍 모여 냉이도 캐고 공동체놀이도 진행할 계획이다.

나의 생명을 담보해주는 생산자와의 교류가 명목과 구색맞추기에서 벗어나 따뜻한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는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세길 수 있길 기대한다.


<함께하면 더욱 빛나는 이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