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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행사로 희생되어진 하천!!

조정림 2009. 2. 9. 17:34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정월 대보름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때 당시 과수원에 집이 있었는데 과수원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이다.

정월 대보름이면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마을로 내려와 늦은 밤까지 놀다가 올라갔다.

늘 마을로 내려오면 올라가기 싫어 보채는 바람에 엄마와 한바탕 소동을 벌리고 올라갔는데, 이 날만큼은 실컷 놀게 해주셨다.


낮에는 어른들 자치기 하는 거 구경하고, ‘아홉 집을 돌며 밥을 먹어야 된다’는 어른들 말에 따라 이집 저집 돌며 밥을 얻어먹고, 지신 밝기하는 풍물패를 쫒아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냇가에 모여 열심히 쥐불놀이를 하며 날 새는 줄 모르고 놀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실컷 놀다가 집으로 올라가다가 잠시 쉴 수 있는 언덕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해 소원을 빌었던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걸 느낀다.


내가 커감과 동시에 이러한 모습도 점점 사라졌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과 같은 분들이 많았던 것인지 최근 몇 년사이 여기 저기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많이 생겼다.  공동체의 의미도 새기고 전통도 이어가는 참 의미 있는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못내 아쉬운 점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석전동은 삼호천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한다.  올해로 5회째다.

갈수기인데다가 가뭄까지 겹쳐져 하천이 거의 마른 상태인데 달집을 짓기 위해 물 길을 돌려 공간을 마련한 상태이다.  이것은 올해에 해 놓은 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삼호천에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진행해왔고 노래자랑과 같이 주민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찹찹한 기분이 들었다.

달집을 태우고, 주민 노래자랑도 하며 어르신들에게 식사도 대접한다.

달집을 태우는데 기름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어김없이 생기는 건 쓰레기이며, 바닥에 흘려지는 음식물들 때문에 하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컵에 남아있는 잔류물들을 하천에 털어내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도심하천은 친수 공간이여야함에 동의한다.

하지만 친수 공간이랍시고 물길마저 돌려가며 사람들로 부쩍 거리게 만드는 건 훼손에 가깝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디서 하라고...?’....

공간이 없으면 굳이 달집태우기 행사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하천을 괴롭혀 가며 진행되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래자랑과 같이 함께 어울리고, 어르신들 식사 대접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취지는 살려 삼호천 변 작은 공원에서도 충분히 정월 대보름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월 대보름은 가족 중심적인 설과 달리 개방적이고 공동체적이다. 

그리고 대보름의 달빛에게 한해의 안녕을 빌기도 하는 날이다.  이것은 결국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과 우리의 운명의 연결성이 깊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의미가 있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또 다른 자연(하천)을 헤치는 것은 의미 없음을 떠나 이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건 공동체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광려천에서도 달집태우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광려천이 몸살을 앓을 것이 뻔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삼호천 광려천 변에서 진행되는 달집태우기 행사는 어릴 적  냇가에서 진행되었던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