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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아이의 손빠는 습관, 소태나무로 고쳐보세요.

23개월에 접어드는 딸!! 23개월은 우리 딸이 세상에 나와 살아온 기간이기도 하지만, 딸의 손빨기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른다.  6개월 초음파 사진을 통해 손 빠는 모습을 처음 발견했으니 역사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잠이 오면 자연스럽게 손을 빠는 딸은 젖떼고 나서부터 더욱더 심해졌다.  처음 손빨기 시작했을 때 어른들은 하나같이 '손 빠는 아이는 수월하다'며 좋게 받아 들이셨고, 육아책에도 6개월전까지는 손빠는 건 오히려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놔두라고 했다.


손빠는 딸! 잦은 후두염과 앞니 돌출되기 시작


특별히, 잠이 올때 외에는 빨지 않아 심각하다 생각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런데 개월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손빠는 힘도 늘어나는 걸 느꼈고, 얼마전 찾은 병원에서는 손빠는 습관 고치지 않으면 후두염도 잘 걸리고 이 모양도 나빠진다며 빨리 고치라고 충고하였다.


의사 선생님 말에 의하면 이미 앞니가 돌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어린이 집 간 이후로 자주 후두염이 걸리는 것도 손빨기와 관련있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기까지 했다.

손빠는 습관 고치기 위해 소태나무 껍질을 바르다.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딸의 손빨기 습관을 고치기로했다.  예전에 '간장'으로 시도한 적 있었으나 간장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옛 어른들이 썼던 방법 '소태나무'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소태나무는 시댁 선산에 조그만 군락을 이루고 있어 손쉽게 구했다.

소태나무의 위력은 대단했다.  소태나무의 껍질을 살짝 벗겨 손에 잠시 문지른 후 혀로 대어 보니 굉장히 짙은 쓴 맛이 받쳤다.  그냥 문질렀을 뿐인데 이 정도 쓴 맛이라면 딸의 손빨기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첫시도.  나무 껍질을 벗겨 빠는 손가락을 열심히 문질러 주니 너무 재밌어 하였다.  일단 그렇게 발라놓고 놀게 한 후 손가락이 입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물론 아이에게 왜 나무 껍질을 손에 바르는지.. 손빨기를 하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건 잊지 않았다.

한참 놀다가 잠이 오는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딸은 넣자마자 바로 뺏고 온만상을 찌푸리며 울려고 했다.  쓴 맛에 너무 놀랬는지 토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려니 마음이 아팠다.  2번째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토하였고 이내 우린 포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계속 아이의 목상태는 좋지 않았고, 소태를 바른 후 손빨기에 대한 집착까지 보여 어정쩡한 시도가 오히려 더 망치겠다 싶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에게 다시한번 설명을 한 후 소태나무 껍질을 문질렀고, 지난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굉장한 저항이 있었다. 결국,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다 같이 바르니 이내 가만히 있었다.  바르자 마자 바로 손가락을 입에 넣더니 화들짝 놀라며 다시 뺏다.  다행이 토하진 않았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잠 잘 시간이 되었다.  오늘 밤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다짐했고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양치를 시키고 소태나무 껍질을 정성스레 문지른 후 불을 껐다.   그리고 아이에게 '손가락 빨꺼야?'라고 물으니 '안 빨꺼야'라고 대답했다.

손가락 빨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 또한 괴로워

그 날밤 아이는 손가락을 한번도 빨지 않고 잠이 들었다.  빨고 싶은 걸 참을려고 하는지 양손을 깍지 를 끼고 있었고 눈을 감고 한참을 뒤척거리더니 잠에 빠져든 것이다.  참으로 대견했고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까라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소태나무를 사용한지 이제 일주일이 되어간다.  어린이집에서는 일체 손가락을 빨지 않는다고 한다. 나랑 잠잘때도 손가락을 빨지 않는다.  그런데 할아버지집에서 잘 땐 손가락을 빤다고 하는데 그럴 땐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럴꺼라 생각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선 지켜보고 있다고 하셨다.

당분간 신경써서 지켜봐야겠지만, 이제 손빨기 습관은 거의 고쳐가는 것 같다.  어른들도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괴로운데 아이의 입장은 오죽하겠는가?  젖 뗄때도 그렇고 손가락 빠는 습관을 고치는 것도 그렇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것보다 더한 일이 많겠지?  혹시 어른의 잣대로 기준을 정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다 각도로 심사숙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헷갈린다.  일부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쳐진다고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고 놔두라는 의견도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도했으니 이랬다 저랬다하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 밀어 붙이기로 했다.

손빨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있는 딸에게 응원을 보낸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