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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바다를 만난 등대, 생활 속 실천으로 재무장하다. [마산YMCA 등대수련회]

멀리서 한보따리씩 짐을 안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더운 날씨에다 무거운 짐 때문에 짜증 날만한데도 뛰어오는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합니다.

7월 24일 등대수련회 출발하기 전의 한 모습입니다. 등대는 마산YMCA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는 생활공동체 모임입니다. 등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2차례 1박 2일 수련회를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세기고 생활실천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함께해서 얼마나 힘나고 행복한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올해 여름 수려회는 7월 24일-25일 통영으로 다녀왔습니다. 23명의 촛불(등대 회원)과 43명의 씨앗(촛불의 자녀)과 함께한 이번 수련회는 시원한 바다와 아름다운 미륵산 덕분에 더욱더 풍성한 수련회였습니다.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동심으로 돌아가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통영 평림동에 위치한 거북선 캠프장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준비한 점심도시락을 먹고 간단히 준비운동을 마친 후 바다로 향했습니다. 거북선 캠프장은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곳인데 바다 가운데 수영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가운데라기보다는 바닷가에 가까웠습니다.)

촛불들과 씨앗들은 더운 날씨 탓인지 바다를 보고 흥분했습니다.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보물상자 잡기 게임도 하고, 바나나 보트와 모터 모트를 타며 짠 물살과 바람을 느끼며 신나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더 신나게 한 건 수영장 위에 설치되어 있던 공기 미끄럼틀이였습니다.

평소 얌전하기만 했던 촛불들이 미끄럼틀을 한번 타더니 개구쟁이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떨어지고 앞으로 엎드려 떨어지고 씨앗들보다 더욱더 물놀이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가며 함께 놀면 더욱더 가까워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3시간 정도 바다에서 보내고 물발이 약한 샤워기 앞에서 대충 몸을 씻고 통영청소년수련관으로 향했습니다.



목숨 걸고 지키기로 한 우리의 실천과제

씨앗들과 멋진 이별식을 한 후 촛불과 씨앗이 완벽히 분리되었습니다. 촛불들은 아직까지 바닷가에서 보낸 그 기운이 남아있는 듯 목소리가 하나같이 한 옥타브 올라가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모으기 위해 노래를 불렀는데, 평소보다 훨씬 크고 씩씩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촛불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등대별로 모여 1년 동안 등대가 실천해야 할 많은 실천과제 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하겠다는 의제 하나를 선정해 보는 시간입니다.

등대별로 정말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떤 등대는 대부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으니 굳이 과제 선정할 필요없을 것 같다고 했고 어떤 등대는 과제가 너무 많고 다 중요한 것 같아 정하기가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후 5개 등대의 실천과제는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 한우리 등대 : 쌀뜨물로 EM효소 만들어 쓰기
- 저푸른초원위에 등대 : 각 지기모임 참석 잘하기, 마트 이용 줄이고 재래시장 이용하기, EM효소 사용하기 (결국,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3가지로 정했습니다.)
- 굴렁쇠 등대 : 실천 (실천이라는 하나의 과제를 냈지만, 가지를 많이 쳤습니다.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 EM 사용, 개인컵 가지고 다니기, 천연조미료 사용)
- 씨앗 등대 : 등대 모임 출석률 100% 도전!!
- 모여라 등대 : 쌀뜨물 EM발효액 이용하기.

하나만 정하기로 했는데 비겁하게 여러 개를 적은 등대에게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모두들 공감하는 내용이라 다음 프로그램으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몸과 몸이 맞닿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다.

다음 순서는 마산YMCA 이지양 부장님이 맡았습니다. 촛불들과 더 깊게 사귀고 등대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 일깨우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상대를 알아내는 과정까지 2시간 30분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슴과 가슴이 맞닿게 하는 포옹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말로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으로 전하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이내 아름다운 음악이 흐리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이루마의 피아노곡과 홍순관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우리는 말없이 껴안았고 그와 동시에 상대에게 따뜻한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가 울기 시작했고 이내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해서 너무도 행복하다는 눈물이었고 따뜻한 포옹으로 치유가 필요했다는 깨달음의 눈물이었습니다.

모두들 감동에 겨운 가운데 이지양 부장님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많은 웃어서 광대뼈가 아프다며 엄살 부리는 분... 아직까지 눈물을 훔치는 분도.... 이미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보낸 후 우린 다시 등대별로 보였습니다.



행복에 행복을 더한 촛불들의 뒷 풀이 

즐거운 뒷 풀이를 위해서였습니다. 약간의 맥주와 과일을 준비했는데, 그냥 내 놓으면 우리가 아니지요. 등대별로 같은 모양의 접시와 토마토, 포도, 참외, 사과, 바나나, 키위를 같은 숫자로 나누어 주고 ‘주제가 있는 과일접시만들기’라는 제목의 컨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쁘게 그리고 의미있는 과일접시를 만든 등대에게 우리밀 라면 1박스를 상품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열정이 불타는 촛불들은 다시 승부욕에 불탔습니다. 그 승부욕 덕에 멋진 5개의 과일접시가 만들어졌습니다.

- 굴렁쇠 등대 : 웃는 얼굴 (항상 웃음을 머금은 채 등대활동을 하자는 내용)

- 저푸른초원위에 등대 : 저푸른 초원위에 (초원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

- 씨앗 등대 : 불꽃 놀이 (등대 활동 매순간이 축제와 같다는 내용)


- 한우리 등대 : 한반도 (악의 무리속에 촛불들이 포진하여 한반도를 구해내고 바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는 내용)


- 모여라 등대 : 하수구의 핀 꽃 (하수구에 이쁜 꽃들과 생명들이 자랄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하자는 내용)

모두 정성을 다해 과일 접시를 만들어서 그런지 자기 등대의 과일접시가 제일 이쁘다며 우겨대는 바람에 승부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각 등대별 2명을 선발하여 자기등대를 제외한 과일접시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결국 ‘저푸른 초원위에 등대’와 ‘한우리 등대의 공동 우승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과일 접시는 뒷 풀이용 안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과일접시 대회가 끝나자마자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뒷 풀이 또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지양 부장님 강의의 여파로 뒷풀이 내내 여기저기서 뺨 부비고 안고 난리였습니다. 어느덧 촛불들은 작은 박수소리도 반주가 없는 노래소리에도 꺄르르 배를 잡고 넘어가는 소녀가 되어 있습니다.

통영에서 대마도가 보여요

그리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에는 미륵산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련관 지도자의 말에 의하면 넉넉잡아 1시간이면 충분히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촛불들도 있어 케이블카 팀과 산행팀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산행에 참여한 사람이 11명이나 되었습니다. 11명의 얼굴 상태는 지난밤 뒷 풀이의 영향으로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1시간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씩씩하게 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산행시간이 짧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상 도착 전 30분 정도는 낭떠러지 수준의 길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정상에 올랐습니다. 촛불들의 마음이 예뻐서 일까요? 이 날 우리는 대마도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여 최상의 가시거리였지요. 많은 섬들이 박혀있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산행의 기쁨을 알게 된 것이지요.



역시, 등대는 세상을 밝히는 희망이었습니다.

산행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수련회 일정이 정리되어 갔습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평가의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들 좋은 추억과 실천에 대한 의지를 담아가는 듯 했습니다. 더욱더 등대활동이 즐거워질 것 같다는 평가에 모두들 박수로 기뻐했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있을 때쯤 갑자기 함안보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최수영, 이환문 국장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분들의 상황을 확인 한 후 촛불들에게 전했습니다. 모두들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등대가 지지방문을 가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순간 또 느꼈습니다. 함께 아파할 수 있고, 그 아픔을 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촛불들이 있기에 ‘희망’이 가까이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