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들과 함께 순천을 다녀왔다.
부부동반으로 실무자 포함해서 13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수련회에 주제는 ‘마을 만들기’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순천만’의 석양을 보기 위해 수련회 장소를 정하였는데, 이왕 간 김에 마을 만들기 사례지 방문과 담당자와의 간담회를 가지자고 하여 주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순천이 성공적이라 평가하긴 이르지만, 전국적인 사례로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민․관 협치이다. 순천 또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발로 뛰는 실무자들의 노력으로 서로 신뢰하는 협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 정권이 마을 만들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동안 만들어 놓은 틀로 충분히 더 큰 성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순천의 마을 만들기 사례가 자극이 되었고, 마산도 열심히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을만들기 사례지를 돌다가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 아름답다던 석양을 보기 위해서는 빠듯한 시간 이었다.
급하게 이동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라,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도착한 순천만은 가히 예술이었다.
3년 전 여름... 그리고 2년 전 초가을에 순천만을 방문했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순천만 자연 생태관 입구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생태관과 조금은 떨어져 있는 곳에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달랐던 건 갈대 빛깔 이였다.
여름과 초가을에 갔을 때에는 초록빛깔의 갈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곧 생명이 끝나가는 옅은 갈색의 갈대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초록의 갈대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차가운 바람과 어우러진 물기 없는 갈색 갈대도 너무 운치 있었다.
넓게 펼쳐진 갈대를 보면서 가슴이 확 트였으며, 갑자기 뜨거운 것이 울컥했다. 좀 강하게 표현하자면... 피가 뜨거워지면서 피가 급하게 온 몸을 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갈대밭의 정취에 계속 빠져 있을 순 없었다.
순천만의 석양을 놓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용산 전망대로 향했다.
해는 곧 떨어질 듯 보였다.
안내를 맡은 순천YMCA 간사님은 15분 후면 해가 떨어질 것 같은데... 용산 전망대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15분? 그럼 그렇게 먼 곳이 아니겠지?’하고 높은 계단을 급하게 올라가니...
세상에~ 그 계단보다 더 높고 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찐 살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일행과 조금 뒤쳐진 채로 열심히 열심히 올라갔다.
결국, 낙조는 올라가는 중턱에서 감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순천만 넓은 벌과 어우러진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낙조를 감상하고 용산 전망대로 다시 향했다.
용산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안 왔으면 후회 할 뻔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입이 딱 벌어졌다. 동그랗게 갈대 군락을 이룬 모습.... 붉은 노을....그때 마침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 모두가 절경이었다.
더군다나 이 아름다운 모습을 평소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이 더 좋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이 모습을 전하고 싶어 화상통화를 통해 그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에는 꼭 같이 오자’라고 하며...
출산 이후 오랜만에 자연을 느꼈다.
아이에게 매여 있지 않아 아이 핑계대기가 조금은 미안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저녁만 되면 나를 찾는 딸은 엄마가 순천만 석양에 빠져있을 때 엄마의 빈자리로 칭얼대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즐거운 난..... 모성애가 부족한 것일까?
어찌되었건 나는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너무도 행복했다.
맛있는 짱둥어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순천만 근처에 숙소로 이동했다.
윷놀이도 하고, 꼬막도 구워 먹으면서 열심히 친교를 다졌다.
시민사업위원들은 일할 때도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 하는 역시..대단하신 분들이었다. 덕분에 맘껏 웃었던 밤이였다.
친절하게 안내해준 그리고 많은 준비로 따뜻하게 맞아 준 순천YMCA 김석 간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