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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강추!! 향긋한 봄 길따라 마산 저도 한번 가보세요.

지난 일요일은 비온 뒤라 그런지 너무도 맑고 깨끗한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 집에 있기가 너무도 아까웠지요. 마침, 예전에 함께 직장생활을 하던 선생님들(저를 포함해서 3명)과 하는 모임이 저희 집에서 있어 간단히 점심과 맥주 한잔을 마신 후 가포로 향했습니다.

11개월 된 딸도 데리고 나갔는데, 신랑은 혼자 집에 남겨지는 게 뭐가 그리 좋은지 엉망인 집도 본인이 치우겠다며 빨리 나가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떠난 나들이었습니다. 딸도 오랜만에 갖는 봄 나들이가 마냥 좋았나 봅니다. 평소에 낯선 사람에게는 안 가는데 내가 나갈 준비를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선생님에게 안겨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저랑 신랑은 서로 쳐다보며 '이러다가 아기 잊어 버릴 수도 있겠다'라고 중얼거렸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선생님이 자주 간다던 가포에 있던 한 찻집에 들렀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자주 갈 만한 이쁜 곳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물었죠 '이 곳을 왜 자주 오냐'고... 그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겠다'며 '이제 안 와야지'라고 하는 겁니다. 실없는 대답에 웃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실컷 떠들었습니다.

시댁에서 시누이 부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나와 저도로 향했습니다. 연락을 받고 바로 시댁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일단 선약이 먼저니깐 선생님들과 함께 보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는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마산시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연결하는 다리인데 태국 콰이강의 다리를 닮은 철제 다리와 2004년도에 만들어진 갈매기 모양의 새 다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다리를 끝까지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산의 9경 중 하나입니다.


저도로 가는 길은 너무도 꼬불꼬불해서 멀미가 심한 나는 조금은 힘듭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쁜 바다 경치를 보며 가니 멀미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곳곳에 목련꽃과,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벚나무는 봉우리를 터트릴 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질 급한 벚나무도 곳곳에 있었습니다.

딸에게 태어나서 처음 보는 꽃들을 구경시켜주고 싶었지만, 이미 곯아 떨어져서 계획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저도에 도착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우왕좌왕할 만큼이었죠. 간신히 주차를 하고 저도 연륙교롤 걸어갔습니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꽤 차가웠습니다. 

"별로 볼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지."

"우리랑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우리도 날씨가 좋아서 바람 쐬고 싶은 마음에 여기로 왔잖아."

"그래도 마산 관광지하면 저도 연륙교인데, 특별한 게 하나도 없잖아."

"뭐가 없냐. 바닷물도 이렇게 깨끗하고 바람도 시원한데."

우리를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면 바다를 건넜습니다.  딸은 바다에 전혀 관심이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옛날 다리가 훨씬 운치 있네."

헌 다리로 건너가 새 다리로 넘어오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헌 다리는 조금은 위험해 보이지만 바다를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 다리는 여기 저기 막혀 있고 차도 중심의 다리라 저도의 명성(?)에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차로 돌아오니, 바람이 꽤 찼는지 아이의 손과 얼굴이 새파래져 있더군요.  살짝 겁이 나서 젖을 물렸더니 또 곯아떨어집니다.  그래도 비릿한 갯내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온 느낌입니다.

돌아오는 길도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꼬불꼬불 산길에 이쁜 꽃들과 마주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짧은 봄나들이였지만,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왔습니다.

아참... 올해 진달래 꽃을 보셨나요?  예년보다 유난히 짙어 보이지 않던가요? 

"진달래 꽃 색깔이 이상하게 짙네."

"가물면 단풍잎도 이쁘게 물든다고 하던데, 혹시 가뭄과 연관 있지 않을까?"

혹시, 가뭄과 꽃 색깔과 연관성을 아시는 분은 꼭 리플 달아주세요.

시댁에 도착하니 시댁 거실에도 봄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직접 캐 온 쑥들이 널려 있었지요.  몸도 좋지 않으신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쑥을 캐셨는지... 어쨌든 그 쑥으로 맛있는 떡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네요.  삶의 여유도 사람들과의 따뜻함도 가족간의 화합도...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 봄도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지요?  어떻게든 봄을 지켜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그 말을 꼭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