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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구 만들기

깨와 단호박 농사도 가능한가요?

1월 28일 12시  마산YMCA 1층 사무실은 아줌마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날은 등대 촛불(회원)들이 먹을거리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숲안 마을 생산자들과 2010년 농사계획을 세우는 날이다.

모임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요기 할 수 있는 간식거리를 한아름 안고 14명의 촛불들과 숲안마을로 향했다.  간식거리 때문인지 아님 지난 1월 초 수련회 이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인지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마산YMCA회관에서 출발한지 40여분 만에 숲안마을에 도착했다.  행정명은 임촌이지만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숲안마을이라 부르고 있다. 숲안마을은 숲 안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이 마을에 들어서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숲안마을의 생산자들, 4농가인데 모두들 귀농하신 분들이시다.  촛불들과 연배도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근황을 묻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회의에 앞서 고픈 배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간식거리를 나눠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정리의 달인 촛불님들>

2009년 숲안마을과의 교류, 절반의 성공!

간단히 요기를 해결한 후, 회의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 한 해동안 숲안마을과 등대와의 거래 내역과 교류 활동들을 정리해 보았다.  지난해 농사 계획에 50%밖에 실현되지 못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분위기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성할 건 해야했기에 서로의 문제점을 걸르지 않고 짚어내었다.  생산자, 중간역할을 하고 있던 생협담당 실무자, 등대 촛불들 모두 각자의 반성이 이어졌고 2010년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며 다짐하기도 했다.

2009년 한 해동안 숲안마을과 거래했던 농산물은 꿀, 마늘, 감자, 옥수수, 배추, 고춧가루, 곶감이다.  품목은 다양하지 못했지만 4개 농사와 골고루 거래할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획했던 내용 중에 거래되지 못한 품목은 매실, 도라지, 단호박, 고구마 등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고구마는 토질의 문제로 농사가 힘들다며 아마 앞으로도 고구마 공급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심각하게 토론 중인 숲안마을 멋쟁이 생산자들>

도농교류활동 또한 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일부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매실따기, 마늘쫑 뽑기, 정월대보름행사, 배추뽑기와 절이기만 진행되었는데, 이 활동 또한 참여율이 저조하여 제대로 진행되었다는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한 해 서로가 너무 바빴다는 것을 인정하며 제대로 된 생협운동, 상생의 도농교류를 꿈꾼다면 좀 더 신경써서 노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생협지기들의 역할 강화의 필요성과 교육을 통해 생협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의식변화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비자 선택권 없이 생산자가 주는대로 먹는 제철 채소꾸러미

2009년 평가를 마친 후 올해 농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먼저 생산자별 공급 가능한 농산물을 정리해보았다.  크게 작년 생산물과 벗어나지 않았지만, 촛불들이 토마토와 깨, 단호박 공급이 가능한지 질문하였고, 쉽진 않지만 올해는 시도해보자고 하였다. 

사실, 대부분의 촛불들은 시골에 살고 있는 가족들로부터 쌀과 채소류는 공급받고 있어, 실제로 필요한 품목은 잡곡이나 아이들의 간식류 등인데 숲안마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현재, 우리텃밭이나 경기등대생협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철채소꾸러미를 제안해 보았다.  제철채소꾸러미는 소비자가 필요한 농산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생산된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꾸러미를 열어보기 전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수가 없다.  우리텃밭은 한달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한 꾸러미에 25,000원, 경기등대생협은 1년 계약으로 진행되며 한 꾸러미에 15,000원이다. 

물론 제철채소꾸러미는 채소로만 이루어지진 않는다.  우리텃밭의 경우 두부와 짱아지, 된장, 간장과 같은 가공품이 포함되어 있고, 경기등대생협의 경우도 된장과 절임류 등 가공식품이 일부 포함된다.

두 사례를 이야기했더니,숲안마을 생산자들이 매우 관심있어 했다. 그런데, 촛불들도 숲안마을 생산자들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감이 잡히지 않아 막막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텃밭이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김은진 교수(원광대)를 모시고 강의를 듣기로 했다.  농사계획은 설 전에 나와야하기에 2월 8일로 급하게 일정을 잡게 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강의를 듣고 토론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며, 내린 결정에 대해 모두들 뿌듯해 했다.   이날 강의를 마친 후 회의를 통해 2010년 구체적인 농사계획과 물류 계획, 그리고 교류 활동내용들이 정리될 것이다.  올해는 많은 촛불들이 참여한 가운데 농사계획을 세웠기에 계획 실현 또한 여느 해와 다를 것이라며 기대 속에 회의를 마쳤다.

2월 28일 정월대보름행사로 숲안마을과의 첫 교류를 열 것이다.  이미 예산이며 달집 만들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그 동안의 정월대보름행사는 숲안마을 측에서 거의 모든것을 준비해 놓고 촛불들이 참가만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공동주관으로 진행하게 된다.  특히, 올해 정월대보름은 일요일이라 조금 일찍 모여 냉이도 캐고 공동체놀이도 진행할 계획이다.

나의 생명을 담보해주는 생산자와의 교류가 명목과 구색맞추기에서 벗어나 따뜻한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는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세길 수 있길 기대한다.


<함께하면 더욱 빛나는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