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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구 만들기

유기농보다 더 값진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꽃샘추위가 잦아드는 3월 28일 월요일 아침, 마산YMCA 등대 촛불들은 소박한 도시락과 작은 과도를 싸들고 함안 숲안마을로 향했습니다. 이 날은 올 한해 동안 어떤 생명의 먹을꺼리들을 만나게 될지 계획하는 날이었습니다. 촛불들은 이를 ‘농사 계획’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숲안마을 방문은 지난해 11월 배추 농활 이후 처음입니다. 이건 무심해서가 아니라 숲안마을 촌장님이 키우는 소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남이라 들뜬 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했고, 촌장님이 숲안마을 근황 소개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숲안마을은 구제역보다 경전철공사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발파공사로 인한 가축피해,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 등으로 젊은 사람들의 역할이 많았다고 합니다.

 

상생의 도농공동체 실현위한 마을 어르신과 관계 트기

 

서로의 근황을 확인 한 후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마산YMCA가 준비하고 있는 그린푸드센터에 대해 소개하면서, 여성농부 및 어르신들의 텃밭 생산물과 도시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는 채소꾸러미 사업을 부활하여 좀 더 의미있는 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제안이 첫 안건이었습니다.

 

작년에 시도한 채소꾸러미 사업은 갑자기 중단되었습니다. 채소꾸러미사업은 일주일에 한번 농부가 손수 준비한 채소 꾸러미가 도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사업을 말합니다. 꾸러미 속에는 도시소비지가 원하는 채소가 아니라 자연이 키워준 순서대로 농부의 판단으로 선택된 채소가 담겨져 있습니다. 꾸러미가 도착하면 ‘어떤 채소들이 들어있을까’라는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재미가 더 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숲안마을 여건과 맞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텃밭 개념으로 운영할만한 농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작년까지 채소꾸리미 사업에서 배송을 담당했던 농부가 합천으로 이사를 간 것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등대와 소통했던 숲안마을 농부들은 주로 귀농을 한 젊은 층의 농부들뿐인데 , 그 동안 교류가 없었던 마을 어르신들께 채소꾸러미 사업을 갑자기 제안하는 것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채소꾸러미 논의 방향은 숲안마을 어르신들과의 관계 만들기를 초점에 두고 올해 중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보자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리고 숲안마을의 또하나의 제안은 등대가 땅을 빌리는 것이었습니다.

 

숲안마을과 마산YMCA 등대의 공동 농장을 만들어, 관리의 책임을 서로 동등하게 부여한다면 기존 텃밭개념보다는 생산력이 높고, 관계형성에도 더욱더 긴밀해질꺼라는 이유에서 나온 제안입니다. 이 제안 또한 각자 좀 더 깊이 연구한 후 4월 중에 모임을 다시 가지기로 했습니다.

 

숲안마을에서 생산되는 생명의 먹을거리

 

2011년 숲안마을에서 공급할 수 있는 생명의 먹을거리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의 했던 생산물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기와 양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뜻을 최대한 담은 숲안 마을표 생명의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 4월 20일 경 : 취나물 채취

- 4월 말 : 다래 순 채취

- 5월 중순 경부터 : 밤 꿀과 아카시아 꿀

- 6월 초 (현충일 전후) : 유기농 매실

- 6월 초 중순 : 열무 (직접 수확하는 조건)

- 6월 20일 전후 (하지 경) : 감자 (작년에 대박), 마늘

- 7월 초 : 옥수수

- 7월 이후 : 고춧가루

- 8월 이후 : 고욤 감잎차 (긍정적인 검토)

- 11월 : 배추

- 12월 말 : 야생 곶감

 

여기에서 마늘쫑과 깻잎은 직접 찾아가서 채취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니 벌써 밥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자 싸온 소박한 도시락을 함께 펼쳐놓고 ‘하하호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준비해온 칼을 들고 밭으로 산으로 쑥 캐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움직였습니다. 작게 울리는 웃음소리는 어느 것과 비할 수 없는 멋진 봄의 소리였습니다.


 


매년마다 농부님들과 좀 더 찐한 우정을 나누자고 다짐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소통의 중요성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른 멋진 만남으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유기농도 좋지만 이것보다 더욱더 값진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아름다운 소통 속에서의 공급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