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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2014년 등대!! 깨어있는 아줌마들의 조직된 힘을 보여주리라.

매년 1월이면 마산YMCA 등대(주부들로 구성된 생활실천 모임)는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기 위해 겨울 수련회를 떠난다. 올해는 6개 등대가 참여하여 21명의 촛불(회원), 34명의 씨앗(촛불들의 자녀)들과 함께 겨울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찾은 곳은 고성의 무지돌이마을이다. 무지돌이마을은 친환경 생명환경농업단지로 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마을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깨끗한 자연 풍광과 그 풍광과 잘 어울리는 휴양관, 체험관이 갖추어진 곳이다.

 

항상 등대 수련회의 시작은 씨앗들과의 이별 식이다. 엄마와 같은 장소에 여행을 와서 12일 동안 완전 분리해서 지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처음 씨앗캠프를 찾은 몇몇 아이들만 제외하고는 씩씩하게 이별 식에 임한다. 이후 씨앗들은 8명의 지도자들과 함께 12일 동안 마을도 탐방하고, 논바닥에서 신나게 뛰어놀면서 보내게 될 것이다.

 

 

나를 알리는 관계 만들기 

 

겨울 수련회는 등대모임을 무시하고 모둠을 새롭게 구성한다. 촛불들이 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양한 의견교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래서 시작은 항상 자기소개의 시간이다. 모둠별로 모여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게 하고 서로 나누며 깊게 사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이 시간 이후에 더욱더 각별해져 분위기가 반전된다.

 

학창시절의 꿈, 나의 이상형, 신랑과의 행복했던 순간, 내 인생의 영화와 책 등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잊었던 과거를 떠올리기며 그리고 12일을 함께 보내게 될 촛불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2013년 돌아보기, 2014년 계획하기

 

깊이사귀기를 마무리하고 이어진 시간은 등대활동의 평가와 계획이다. 등대는 5월 촛불대학을 개최하여 새로운 촛불을 맞이한 후 6월 점등식을 통해 새로운 등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매월 1회 독서, 시사, 영상 활동을 통해 마음과 머리를 채우고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생명평화축제와 김장나누기 행사를 주관하면서 지역사회를 조금이나마 살맛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평가는 독서, 시사, 영상 활동에 대한 평가와 촛불들의 모임 때마다 낭독한 생활약속 이행 그리고 기타 활동들을 평가하였다. 대부분은 등대활동을 통해 성장의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하였고, 열심히 활동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좀 더 열심히 활동하여, 많은 사람들이 촛불대학에 참여하게 하고 등대활동을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실천인데, 이것 또한 한 가지씩 공약을 내세우며 촛불의 생활약속대로 배우려는 자세와 활력 있게 생활하는 마음, 환경오염을 줄여나가는 생활습관과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2014년 지방 선거가 있는 해인만큼 조직된 아줌마들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촛불들의 깨어남은 우리 가정을 나아가 우리 지역을 더욱더 환하게 비춰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각한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전지에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각 모둠의 발표내용을 공감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등대를 20자 이내로 표현하게 하게 한 낱말카드 조각들을 다른 모둠이 맞추게 하여 등대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는 시간도 가졌다.

 

토론시간과 발표를 마친 후 12일 동안 밥 당번을 정하기 위해 미션 게임을 치렀다. 늘 해온 밥하기가 얼마나 하기 싫었는지, 촛불들은 6가지의 게임을 사력을 다해 임했다. 아쉬움과 기쁨의 탄성 그리고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로 게임이 진행되었고, 아침당번을 맡게 된 모둠의 절규를 들으며 게임을 마무리 했다.

 

 

한의학으로 풀어보는 건강이야기

 

이번 겨울 수련회의 특강의 주제는 건강이었다. 오랫동안 마산YMCA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산 한의원 김호진 원장이 강연을 맡았다. 강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김호진 원장은 촛불들과 개인적 질문에 답하며 강의 전부터 많은 소통이 있었다.

 

연 또한 질의응답 식 강연이었는데 한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의학 분업까지 많은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건강의 주체가 나임을 잊지 말아야하며,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으니 옆집 아저씨말에 너무 동요하지 말라는 말을 강요하였다. 가족들의 건강 상담까지 포함해서 2시간 넘는 시간동안 모든 질문에 재미있고 알기쉽 게 설명해준 김호진 원장 덕분에 알찬 수련회였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건강한 안주 컨테스트, 그리고 깊은 밤까지 이어진 친교

 

첫째 날 마지막 프로그램은 등대별 안주 컨테스트였다. 주제가 있는 건강한 안주 만들기로 솜씨자랑을 했는데, 컨테스트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모든 등대가 정성껏 준비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친교. 밤 깊은 시간까지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긴 시간의 친교활동은 관계를 더욱더 돈독히 만들어주었다. 반면, 너무 늦은 시간동안 이어져서 그런지 둘째 날 힘들어하는 촛불들이 많았다. 이것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나에게 쓰는 편지, ‘사랑해

 

둘째 날은 마을 탐방으로 시작하였다. 마을을 구석구석 산책하라는 의미에서 10가지의 미션을 주었고, 미션에 따라 파란하늘과 하늘을 활공하는 독수리를 보았고, 시냇물 소리 감상하며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보는 등 여기 저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마음껏 깨끗한 공기를 마셨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깨끗한 공기에 몸과 마음을 씻고 다시 강당에 둘러앉았다. 이번 시간은 나에게 쓰는 편지’ 2013년 수고했음을 2014년 잘 살 것임을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편지는 돌아가면서 낭독했는데 오랜만에 본인의 이름을 불러본다며 자신에게 칭찬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내용 덕분에 함께 울고 웃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편지 낭독 후 돌아가면서 순회 포옹을 하며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분명 복잡한 생각과 마음 그리고 뜻하지 않는 많은 갈등들을 씻겨줬을 것이다.

 

짧은 12일의 겨울 여행. 이 여행은 분명 2014년을 사는 양질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함께하고 있는 이웃의 따뜻함을 느꼈기에.... 나의 소중함을 확인했기에.... 나의 작은 참여가 큰 변화를 일구는 씨앗임을 알게 되었기에... 이 밑거름으로 멋진 씨앗을 틔워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등대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