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번 마산YMCA 엄마들의 모임인 ‘등대’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름은 방학을 앞두고 예년보다 조금은 일찍 수련회 계획을 세웠다. 28명의 촛불(회원)은 물놀이가 있는 터라 엄청난 양의 짐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출발 장소로 속속 모여들었다. 준비하는 아침이 얼마나 분주했을지 눈에 선하기만한데, 밝은 표정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상생의 노동 공동체를 생각하다.
등대 수련회는 항상 촛불(회원)과 씨앗(촛불의 자녀)이 분리되어 진행된다. 올해는 차량 이동부터 분리하였는데, 아이를 챙겨야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되어서인지 톤이 높은 수다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기분 좋은 소음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의령 청미래 마을’이었다. 청미래는 망개 넝쿨을 뜻하는데, 의령이 망개떡으로 유명하고, 마을이 산으로 둘러쌓인 형상이 망개떡과 비슷하여 이름 지어진 마을이다. 그리고 이 마을 체험활동 중 망개떡 만들기 체험이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마을 운영위원장인 주인석 위원장과 신정희 사무장의 따뜻한 인사로 체험활동을 시작하였다.
체험활동은 돌복숭아 청 담기, 망개떡 만들기를 하였다. 체험하기 전 주인석 위원장이 마을 소개를 먼저 하였다. 마을 소개를 아주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석 위원장의 소개를 듣고 다시 마을을 둘러보니 풀 한포기 조차 그냥 보이지가 않았다. 마을은 역시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태도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 것 같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체험을 마치고 우리는 청미래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밥상’으로 향했다.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준비한 점심 밥상은 망개떡으로 배를 채웠음에도 맛있게 먹게 만들었다. 깨끗한 곳에서 직접 만든 유기 농약으로 재배한 채소라 그런지 입안 가득히 건강함이 퍼지는 것 같았다.
짧은 반나절의 만남과 체험이었지만, 여운이 길었다. 이후 청미래 마을과 결연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노동 상생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 의미만은 확실히 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 몸 바로 세우기에서 시작되는 세상 보기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가 하루 밤을 보내게 될 ‘의령군 청소년 수련관’으로 이동하였다.
이번 수련회에서는 특별한 분을 초대하였다. 상생활법 연구소의 김창이 소장이다. 상열이 모든 아픔의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걸어야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자세로 생활하게 해야 하는지, 우리 몸이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범과 운동으로 알려주었다.
김창이 소장의 강의는 하나의 마술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작은 만짐으로도 몸의 유연성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번 강의를 통해 우리는 몸의 건강이 결국 소통이 원활해야 유지될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했다. 우리 사회도 건강하려면 소통이 핵심인 것처럼. 결국 우리의 몸과 사회는 같은 관점으로 보아야하는 것이다.
이번 강의는 원래 2시간 계획되었지만, 질의가 쏟아져 결국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모든 질문을 성심성의껏 응답해주신 김창이 소장의 성의에 감동받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했다며 다음에 꼭 재회의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내년 촛불대학의 섭외 1순위는 김창이 소장이 될 것 같다.
동심으로 돌아가 본능적으로 몸 놀이를 하다.
강의 이후의 일정은 ‘물놀이’였다. 강의가 늦게 마친데다 바람까지 싸늘히 불어 다수가 물놀이를 하지말자고 했으나,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몸으로 놀 수 없을 것 같아 높은 원성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였다.
수영장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게임도구 몇 가지를 챙기고 조금 늦게 수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에 있는 우리 촛불들을 보면서 안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이쁘고 화려한 수영복을 준비한 촛불이 꽤 눈에 띄었던 것이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체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몸을 풀었다.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모두가 열심이었다. 물속 게임은 달리기, 어깨 걸어 한 몸 되어 달리기, 어깨동무 앉았다 일어서기, 가랑이 사이로 잠수하기, 튜브 달리기 등이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 오랜만에 턱이 아플 정도로 쉴 새 없이 웃었다. 이렇게 모두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는 이야기이다.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끔 승부욕에 불타 이성을 잃기도 했지만, 이 모습 또한 우리의 신명을 더해주었다. 몸 놀이의 진미를 경험하였던 시간이었다.
나 드러내기, 그리고 등대 공동체 세우기
저녁을 먹고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수련회에는 서로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아 자기소개 시간에 공을 들였다. 작은 도화지에 자기 프로필을 작성하게 하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활용하여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프로필을 작성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고, 이웃을 정성껏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몸짓과 이야기에도 까르르 웃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그리고 그 기운을 모아 마산YMCA 등대 활동을 통한 나의 성장 계획과 등대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게시판 토론 형태로 진행된 되었는데, 큰 결론은 매주 1회 만나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생활 속 실천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촛불들만의 여행을 가자, 탈핵과 교육 문제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자, 재능기부를 하자 등 우리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획들이 많이 나왔다. 수련회에서 정리한 내용은 8월 등대지기 모임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되어 어떻게 성사시킬지 계획될 것이다.
이 활동만으로도 어느덧 10시가 되었다. 이제 부터는 신나는 뒷풀이.
뒷풀이는 수련회 출발 전에 짜여진 모둠별로 먹을거리를 준비해 와서 풍성하게 진행되었다. 모둠별 시간을 가지고 멤버들을 바꿔가며, 때로는 모둠별로 장기자랑을 하면서 소통의 난장을 펼쳤다.
수련회 때마다 뒷 풀이는 분리되는 느낌이 많았는데, 이번 수련회에서는 새벽시간까지 대부분의 촛불들이 남았고 함께 정리하였다.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드는 촛불님마저도 새벽까지 함께했는데, 모두들 대견하다며 응원해주었다. 우리는 몸이 피곤한 것 보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관계였던 것이다. 이 사실이 참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108배 절 명상으로 아침을 열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다.
아침이 밝았다. 이른 새벽에 잠이 든 터라...다들 잠자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듯 했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깨워, 매일 아침 360배 절 명상을 하는 김작가 촛불의 지도로 단전치기, 접시 돌리기를 준비운동을 삼아 108배 절 명상을 진행하였다. 힘이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기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자유롭게 밥을 먹고 1시간 30분 정도, 각자가 미리 계획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책 읽기, 보드게임, 산책, 절 명상 등 다양한 계획 속에 각자 또 같이 시간을 보내고 한자리에 모였다.
수련회 마지막 순서 눈물로 보내다.
다시 우리는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이번 수련회의 느낌과 나의 생활실천 계획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시간이었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시간이었고 서로를 좀 더 깊게 알게 되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평가하였다.
1박 2일의 짧은 수련회였지만,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이 만들어진 듯하였다. 모든 평가가 끝나고 박수로 마무리한 후 등대 수련회에서 빠질 수 없는 ‘윤회 포옹’ 시간을 가졌다. 돌아가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꼭 안아주는 힘 받는 시간인데, 몇 분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을 보이니, 이내 눈물 바다가 되었다.
눈물의 의미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눈물을 서로 닦아주면 안아주며 진행된 마지막 순서는 수련회 기간 동안 만들어진 기운을 더욱더 북돋아주었다. 수련회를 기획, 준비, 진행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이러한 선하고 힘있는 기운은 남은 반년을 신명으로 살아갈 자양분이 되었다.
서로의 신뢰를 쌓은 여름 수련회 덕분에 행사로 가득한 하반기를 힘낼 수 있을 것 같다. 함께해서 더욱 아름답고 힘있는 등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