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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인내와 칭찬으로 평등가정 만들기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을 보낸 후, 나의 몸은 지칠 때로 지쳐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첫 명절이 생각난다.

명절 증후군을 앓고 있던 주부들과 오랫동안 모임을 했던 터라, 명절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큰 각오로 명절을 맞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힘들진 않았다.  하루 종일 명절음식으로 눈코 뜰 새 없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내가 주관했던 축제나 김장행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확인했다.  그렇게 음식을 준비하고 대청소도 하고 목욕까지 같다오고 나니 ‘에게 이정도야 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밤이 되니 뭔가 다른 기분이 몰려왔다.

몸은 그리 힘들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먹먹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엄마 아버지랑 함께 보냈었는데, 이제는 어색하기만 한 어른들과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어지더니 이내 눈물이 새어 나왔다.

몸 보다 마음이 훨씬 힘들었던 결혼 후 첫 명절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불편한 마음은 조금씩 사라지는데, 몸이 고되다고 느끼는 건 무슨 조화일까?


하지만, 내가 이글을 쓰게 된 건 ‘명절은 너무 힘들어’라는 하소연하기 위해서 라기 보다 시댁의 명절 준비 광경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시댁의 명절 준비 광경은 여느 평등 가정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시아버님은 오래 전부터 집안 일을 어머니와 함께 하셨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마늘까고, 마늘 다지고, 나물 손질 만은 아버님이 도맡아하셨고,  청소, 빨래 늘기 등 책임지고 있는 집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신랑도 집안일을 공동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점에서 아버님께 너무 감사하다.


이번 명절도 그랬다.

어머니는 나물 무치고, 아버님과 나는 전을 굽고, 신랑은 딸을 보았다. 

누구 한 사람 노는 사람 없이, 그래서 서로를 원망할 이유가 없었던 명절 음식 만들기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라 긴 시간 집중해서 일해야 했기에 지쳐 짜증이 날 만도 한데, 모두가 힘든 상항이라 그런지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것 같았다.  티격태격 잘 하시는 시부모님도 따뜻한 말이 오가는 것 보면 그런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힘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몸이 많이 힘든 건 사실이다.

이런 좋은 분위기속에서도 몸이 지치는데, 좋지 않은 감정에서 일을 하면 몇 배로 더 힘들지 않을까?


아버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한다.

시골에 가면 남자가 부엌에 가는 걸 싫어하시는 할머니만 봐도 집안 내력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어머니의 끊임없는 요구가 있었고, 아버님이 작은 도움에도 어머니는 감사했고 ‘너무 잘했다’라는 칭찬의 말씀이 아버님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요리를 잘 하셨다’.

결국, 어머님의 지혜 덕분에 가정의 평화가 이룬 것이고, 나도 집안 일로 부부싸움 없이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시골에 가서도 이어진다.

할머니께서 매우 싫어 하시만, 아버님은 모든 걸 함께 할려고 하신다.


세상에는 노력하면 변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왕년에 권위적이라고 소문난 우리 아버님도 어머니의 의해 변했듯이...

(젋은 시절 어머님은 아버님과 눈 조차 맞추시지 못했다고 한다.)

지혜로 대처한다면 분명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친정의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이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든 걸 손수하시는 친정 어머니는 모든 차례 음식을 혼자 하신다.  그래서 항상 지쳐있고, 원망도 하신다.


혼자서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벗어 날려면 먼저 상대의 실수를 참아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몇 번만 참다 보면 사랑과 평화가 가정에 깃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