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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우리 결혼 했어요~ 행복한 부부로 사는 법

 

결혼 5년차~ 짧으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나 보다 한살 어린 신랑은 결혼 초기에 이런 말을 했다.  ‘대하기가 부담스럽다.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라고...그 말이 그때 당시에 너무도 섭섭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말이 나에 대한 긴장감과 조심스러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막상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가끔은 막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땐 신혼초의 그때 그 감정이 그립기도 했다.  6년차에 접어 든 우리는 신랑의 표현대로 ‘그냥 가족이 되어버렸다’.  남자와 여자로서 긴장감은 찾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조금은 안타깝긴 해도 그것이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이 되었다는 말은 이제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건조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가족이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너무도 다른 우리, 상대의 취미가 낯설게만 느껴져


신랑과 나는 여러 가지로 맞지 않는 게 많다.  식습관, 취미생활, 영화 보는 취향 심지어 유머 취향까지... 지금 생각해보니 연애시절에는 왜 이런 것이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난 5년 동안 신랑이 내 취향에 맞게 바꾸려고 했다.


책을 주면서 독서토론하자고 했고, 프랜클린 다이어리를 선물해서 계획적인 삶을 살아라고 강요하기도 했으며, 신랑이 좋아하는 반찬은 일절 못 먹게만 했다.  이렇게 내 것을 강요해갔으며 이것을 따라주지 않은 신랑에게 애정이 식었냐며 타박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난  신랑의 취미 생활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신랑은 여러 가지 취미생활이 있다. 영화와 만화책 보기는 나도 좋아하는 거라 특별히 불만은 없다.  하지만, 게임과 프라모델 만들기는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게임은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PSP,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없는 게임기가 없고 그 게임기로 돌아가면서 게임을 한다.  물론 게임을 하도록 둔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신랑이 게임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프라모델 만들기는 조금은 건전해 보인다.  만드는 동안 가족간의 대화도 가능해서 단절된 느낌도 적다.  하지만, 이 취미생활의 단점은 돈이 많이 든다는 거다.  우리의 형편을 생각해 볼 때 돈으로 치장하는 취미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이런 취미를 가진 우리 신랑이 미개인처럼 보였다.  ‘어떻게 자기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것에 저렇게 매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하지 말라’고만 5년 동안 해왔다.


우연히 본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나의 모습을 보다.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계기는 바로 ‘우리 결혼 했어요’라는 프로이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중 우리랑 비슷한 경우의 커플이 있었다.  커플 중 한 사람이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데 취미가 있고 상대방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이 비춰졌는데, 그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상이긴 하지만 부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합인데, 자기 관점에 맞추어 상대를 평가하거나 그 틀에 맞추려고 하는 건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딱 내 모습이였다.  그 동안 난 내 모습이 폭력일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 라는 법칙(?)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발견한 나의 폭력적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때 이후 남편의 취미 생활을 조금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가정 생활의 흐름만 깨지 않는다면 남편의 취미를 인정해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불끈 솟아났다.  결국 참다 못해 한 소리 하기도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금 더 노력하면 멋진 아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마도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보는 취향이 다르긴 하지만 어떤 장르이든 영화를 끝까지 보는 습관은 같기에 조율하기가 쉬울 것 같다.


육아 문제로 둘러싼 갈등


취미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육아 문제이다.  우리 부부는 나름 집안일에 있어서 평등한 편이다.  신랑이 ‘깨어있다’고까지 말하긴 힘들지만 나름 열려있는 사람이다.  신혼 초에 신랑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에게 도와줄까라고 말해 혼 난적이 있다.


“도와줄까요?”

“도와준다고요? 설거지 하는게 내일인가? 도와주게....이건 내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예요”


그 날 이후로 도와준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함께하자’는 말로 대신해서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순한 신랑이 최근에 조금씩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뭘 하자고 하면 일단 ‘힘들다’라는 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참다 참다 결국 난 신랑과 대화를 시도했다.


약간 언성을 높여가며 진행되었던 대화를 통해 신랑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수유한다는 핑계로 집안 일을 거의 자기에게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 설거지, 쓰레기 비우기, 화장실 정리 등등..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그리고 요즈음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장모님이란다.


현재 우리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기 때문이다.  8개월 정도 함께 살고 있는데 친정어머니 성격이 유하신 편이 아니라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데 제주가 있는 분이시다.  그래서 신랑은 엄마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게 너무 힘들고, 틈만 나면 ‘아기 보는게 힘들다’, ‘힘들어서 잠이 안 온다’, ‘아이고 다리야’라는 말을 들으면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들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난 신랑을 타박했다.  ‘아기 수유며 이유식 준비며 나도 많이 힘든데 무슨 소리냐... 그리고 친정어머니는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하루 종일 갇혀서 얼마나 힘들겠냐 그거도 이해 못 하냐’ 는 씩으로 말이다.  신랑은 일부 수긍했지만 감정이 말끔해지진 않은 듯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고생 많은 신랑 모습 보여


그런 신랑이 야속했던 난... 몇 일은 냉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연히 등대 모임을 통해 이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뭔가 정리가 되면서 느껴지는게 있었다.  우리 신랑 참 고생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입장을 바꿔보니, 신랑도 회사 일도 바쁜고 지쳐서 집에 오면 쉬지도 못하는데다가 어른 모시고 사는 게 나름 스트레스일텐데 한번도 고생 많다는 얘기를 못했던 것이다.  난 시댁에서 조금만 고생해도 신랑은 나에게 수고했다며 호들갑을 떨어줘서 힘이 났었는데, 난 왜 그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박자를 놓치긴 했지만 뒤 늦게 신랑에게 나의 마음을 전했다.  신랑은 그제서야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의 경험과 느꼈던 부분이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다가 만나 두 사람은 ‘사랑’ 하나만으로 극복하기엔 그 틈이 너무도 크며 ‘사랑의 온도’는 시시각각변해 100% 믿기에 불안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은연중에 이런 마음이 있었는지 모른다.  ‘같이 살아주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지’라는... 난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떠받들 듯이 나를 대하는 신랑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신랑이 부부로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동안 그의 노력 때문에 평화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일방적인 노력이였기에 곪아 터질수밖에...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한 조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한 부부로 살기위한 조건을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서로에게 독립하기

각각 다른 독립적인 인격체를 지녔음을 인정하고, 자기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끌어갈려고 하지 말 것.


2. 거짓말도 조금 보태도 좋으니 자기 마음 상대에게 표현하기

고마운 것, 고생하는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해서 마음 들어내기.  ‘꼭 말로 해야 아나?’라는 말은 이미 틀렸음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꼭 말로 해야 알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3.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해본 후 행동하기.  사실, 이것만 잘 되도 싸울 일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