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소개된 재단은 환경재단,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경기농림진흥재단이었다. 예산 규모가 람사르 환경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었으나, 재단 운영과 정체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3개 재단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기존 시민환경단체를 지원하거나, 시민환경단체가 추진하기 힘든 사업을 찾아내어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지원사업으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환경재단과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은 환경운동가 재교육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람사르 환경재단은 2008년 경상남도에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 후 경상남도의 습지관리와 인식증진 그리고 환경경남을 위해 설립되었다. 사업 추진 방향은 습지정책 선진화 추진, 지속적 습지환경 인식 증진사업, 생태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 경남의 국제적 습지보전 역할 강화로 두고 있다.
이 날 워크숍에서는 람사르 환경재단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너무도 방대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 내용 중에 현재 시민환경단체와 겹치는 사업이 많았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시민환경단체가 진행할 만한 사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예산의 한계는 있겠으나 앞서 소개한 재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람사르 환경재단은 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조직이기에 시민환경단체활동을 지원하거나 육성하는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람사르 환경재단의 사업 방향이 지금과 같다면 오히려 시민환경단체의 일감을 가져가는 양상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비슷한 예가 있다. 내용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한데 '경상도청 소비생활센터'이다. 소비생활센터는 정부가 시정권고, 시정조치, 결함제품에 대한 리콜 업무 등 각종 소비자 보호업무 중 일부를 시, 도에 위임한 상태라 도민의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2003년에 개설하였다고 한다. 개설 당시 소비자단체의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사업내용이 그 동안 소비자 단체에서 진행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은 민간 소비자단체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을 맡아서 진행하고 민간소비자단체 사업 활성화를 지원해야 함에도 오히려 그 사업들을 가져가 역할과 기능을 약화시키는 형세가 되었던 것이다. 한 예로 소비자 교육을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하였음에도 소비생활센터의 성과로 남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람사르 환경재단이 위의 사례와 같다고 할 순 없으나,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토론이 이어졌다. 람사르 환경재단이 그동안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였음에도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좀 더 홍보 사업에 신경써줄 것을 당부하였고, 가버넌스는 아니지만, 행정과 시민환경단체의 중재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환경재단과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처럼 환경실무자 양성 교육도 진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의 말도 이어졌다.
눈에 띄는 지적은 람사르 환경재단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환경수도 경남을 지향한다면 이에 맞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창녕우포늪 일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비치지 않고 또한 얼마 전 성동산업 관련 마산만 공유수면 매립 허가가 났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습지 보호에서는 갯벌은 해당사항이 아닌 것인지 이러한 결정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설립 취지와도 상반된다는 적이었다.
또한 람사르 환경재단사업이 환경에 모든 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습지'에 국한시켰으면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에 참가자 대부분이 공감하였다.
이번 관계자 워크숍은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이 지역의 하나뿐인 환경재단이 제대로 된 위상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
2009년은 모험의 해였다면 2010년 성숙을 향한 발 돋음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 읽기
람사르환경재단의 정체성을 말하다
지난 12월 11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활성화 워크숍이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렸다. 지역의 시민환경단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타 재단의 사례와 지역 환경인사들의 토론을 통해 람사르환경재단의 사업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논의 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