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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교육 들러리, 우리는 이름하여 '빈민 가정'

"현실은 학원을 보내라고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학원 보내지 않으니 다른 학부형들이 괴물 취급을 해."
"아이를 이렇게 놀려도 되는지, 영어를 시켜야 되는 건 아닌지, 참 불안하네."

지난 11일 마산YMCA 월남실에서 나온 이야기 들이다.  이 날은 놀이터 등대 시사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주제는 '일제고사 그리고 평가 공개 어떻게 볼 것인가'였는데, 새학기 시작 시점이라 그런지 '생활 돌아보기'에서부터 아이들 교육 이야기로 가득했다.

죽어라 공부해도 88만원밖에 못 받을 우리 아이들

특히, 이번 일제고사 평가가 공개되면서 생긴 파장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다.  일제고사가 국가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하더라도 평가 공개 후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 지원에 관한 내용과 서울 인천에서의 학력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운 대책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이제 내신은 물론이거니와 일제고사에서도 목을 매야하는 사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이렇게 목을 매어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몇 명을 제외하고는 88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게 될 것이고, 설령 대기업에 취업을 한다 해도 결국 뒷 배경이 없는 한 40대가 되면 퇴직할 수밖에 없을 건데, 이렇게 아이들을 들러리 삶을 살게 해야하나?"

한숨이 여기 저기서 새어나왔다.

본고사 부활! 고교 등급제 실시!

이렇게 한숨에 한숨을 거듭 쉬고 있는데 지난 1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후, 대교협) 김영수 대입전형실무위원장(서강대 입학처장)이 '201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수립을 위한 세미나'에서 '3불 정책은 유지하되, 문제점과 부작용은 부분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3불 조항(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을 삭제하고, '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말이 좋아서 논술과 필답고사지 내용은 본고사 부활이다. 

또 김 위원장은 '고교 선택제, 학업성취도 평가, 고교정보 공시제에 따라 대학별로 고교종합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자고 제안했고, 더불어 '고교간 학력격차가 실제하므로 이런 차이를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무개념 대교협과 한 패인 교과부

결국 3불 중 2불은 폐지 된 셈이다.  다행히 이날은 기부 입학제에 대한 말은 없었으나, 이것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사실 조금씩 무너지고 있을지도...  더 기가 막히는 건 교과부의 태도였다.   교과부의 한 담당자는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 개정안은 본고서 등급제 부활이 아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교과부 태도에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성명을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능력 없이 자율이라는 허구에 매달려 대교협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교과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정치권도 나서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어정쩡한 교과부가 결국 대교협에 손을 든다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더 처참해질 것이다.  지금도 내신과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를 통해 어깨에 돌을 하나 얹고 본고사 부활로 더 큰 돌덩이 하나를 얹게 된다면 아이들의 꿈과 행복은 어떻게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부가 재생산되는 나라, 개천에는 더 이상 용이 나지 않을

더군다나 김 위원장의 말대로 학교에 따라 대학 전형에 달리 반영된다는 것은 학생 개인적 노력이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흔히 좋은 학교 학생들은 적당히 노력해도 점수 따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개인이 죽도록 노력해야 아니 죽도록 노력해도 안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학교부터 아이들이 입시와의 전쟁을 치러야한다는 거다.  어쩌면 초등학교부터가 될지도 모르겠다.

매년 바뀌는 대입 정책에 정신없는 학부모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교육 정책에 막막하기만 하다.  부의 재생산을 위한 그들의 무대포적인 작업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한 촛불이 언니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서민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엔 너무도 힘든 나라야 정말."
"야! 너희가 무슨 서민이냐? 너희는 빈민이야. 빈민."

일제고사, 본고사 부활에도 모자라 이제 '상반제도'도 부활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