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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어의없는 행정안전부 2009년 민간단체 지원사업 기본 계획

 

힘겹기만 했던 2008년을 보내는 시점, 또 어디선가 ‘2009년은 더 힘들다는데...’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농담으로 흘려 버리기엔 2008년의 뼈저린 고통이 너무도 생생하다.


시민단체에 몸 담고 있는 난 2009년을 시작할 때에 남다른 각오가 필요했다.

어떤 이는 이윤을 남기는 기업체도 아니고 경기와 무슨 상관있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회비수익이 예산규모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 제일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민단체는 경기가 좋다하더라도 넉넉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하고 싶은 사업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하더라도 예산에 부딪쳐서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 12월 말 부서 후배들과 함께 2009년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역시 예산은 걸림돌이였다.

특히, 회원조직사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우리 부서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조직화 된 시민 양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 한명의 회원이라도 남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매계 사업들이 필요했다. 


그 동안은 정부부처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많은 일들을 벌려 많은 성과를 남겼다.  사업계획 당시에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아님 배제시킨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설마 그 정도까지 하겠냐’ 하며 2008년 지원사업을 참고해서로 회원조직 확대를 중심으로 2009년을 설계했다. 


설마가 현실이 된 행정안전부의 발표

그런데,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는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시행을 위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100억원의 예산규모로 지원했던 것이 50억으로 줄이고, 국가의 정책에 대해 보완․상승 효과를 높이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며, 지원 대상도 사업의 범위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면서 중앙행정기관에 등록된 비영리단체이다.  또한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참여한 단체에 대해서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어의 없고 기가 막힌 발표였다.

기본을 모르는 무식하다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았다.

이번 행안부의 발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시민단체 길들이기’라고 한다.  결국 이번 발표는 자기들 입맛에 맞는 단체에만 지원하고 키우겠다는 발표이다. 


점점 유치해지는 정부

물론 지원사업이 없어진다 해도 시민단체가 망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원금으로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진행되었던 참신하고 다양한 활동들은 찾기 힘들게 될 것이며, 결국 ‘민간단체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정부 정책 홍보사업’으로 전락해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특히, 불법 폭력 시위 단체 제외 계획은 치사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하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잘못 가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목소리를 자신의 정책 구현에 걸림돌로 취부하고 당장을 위해 이를 치우려는 좁은 시각을 어떻게 봐 줘야할지.... 앞으로의 4년이 막막하기만 하다.


국정홍보를 위한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반대한다.


2009년 계획 중 지원사업으로 진행 하려는 사업을 전면 수정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과 취지를 무시한 채 국정홍보용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반드시 문제제기 해야 할 것이다.


이러다가 내년 쯤에는 ‘정부 정책에 대해 집회뿐 아니라 서면이나 전화를 통해 한번이라도 반대한 경력이 있는 단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발표가 나지 않을까 싶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 만은....설마가 사람 잡는 게 지금의 정부니, 그것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