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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직장 맘은 괴로워!! '육아는 엄마만의 책무일까? 그럼 사회는??'

지난 주말 마산YMCA의 자랑(?) 등대 수련회가 있었다.
등대 모임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에겐 일년 계획을 세우는 등대수련회가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위해 몇 차례 회의를 거치게 된다.
올해도 등대 촛불(회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장소도 좀 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인 마산 진전의 부재산방으로 정했다.
가까운 곳이라 매리트가 떨어진 것일까? 오히려 참석자가 적어 시작할 때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예년에 비해 성과다 컸고 감동도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였다.
YMCA실무자로서 힘 제대로 받았다고 해야 할까? 한 촛불님의 말씀처럼 초강력 뽕을 맞아 약발이 꽤 길 것 같았다.
깊은 밤에 이루어졌던 친교의 시간도 너무도 즐거웠다.

수련회가 끝날 때 즈음,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기분 좋았던 난 친정엄마의 전화 한통으로 이내 불안했다. 아직 밤중 수유를 못 끊은 9개월 된 딸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왔는데 도착 예정시간을 물으셨다. 사실 시간을 가늠하지 못해 12시 30분에 점심먹고 출발한다고만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엄마는 수련회 장소가 마산이라는 말을 듣고 점심먹고 오면 늦어도 2시에는 도착하겠거니 생각했고, 난 내가 그렇게 말하면 한 3시 30분이나 4시쯤으로 생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엄마는 2시에도 3시에도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참고로 엄마는 성격이 매우 급해 세상에게 기다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신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수련회에 많은 힘을 얻어 풍만한 마음이 어느덧 조급함에 안절부절 해야 했다. 그러면서 친정엄마에게도 섭섭하기도 했다. 내가 놀러간 것도 아닌데...
결국 난 3시 30분에 도착했고 엄마는 매우 화가 나 계셨다.

말도 못 붙이게 하는 엄마를 보면서, 갑자기 회의 비슷한 게 밀려왔다.
그리고 9개월 된 딸이 무섭다는 우리 신랑에게도 화가 났다.
그래서 결국 난 울음을 터뜨렸고, ‘직장 그만 두던게 해야지!!’ 하며 소리를 질러버렸다.
물론 그렇게 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만...
이런 나를 보며 엄마는 어의 없어 하셨고, 난 결국 엄마에게 쫒겨나와 한참을 울었다.
‘에고... 참 힘들다’ 라는 말이 절로 세어 나왔다.

물론 우리는 딸과 엄마사이기에 곧바로 관계가 회복되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난 수련회 1박 2일 동안 즐겁고 행복했지만, 몸은 피곤했다.
끝날 때 즈음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몸까지 쑤셔왔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집으로 들어갔지만, 난 쉬지 못했다.
엄마의 눈치를 살펴야했고, 1박 2일 동안 딸이 먹은 것들을 정리해야했으며, 다음날 먹을 이유식을 만들어야했다. (여기서 잠깐, 그럼..우리 신랑은 놀았다는 걸까? 그건 아닌다. 그도 나름대로 자기 일을 했다.)

이것이 직장맘의 스트레스겠지?
현실이 이런데 정부에서는 출산장려니 뭐니 하면서 난리다.
육아의 책임은 사회가 큰 몫을 담당해야 되지 않을까?
이 말도 너무 뻔하고 흔한 말이라 하기도 싫어진다.

아이가 한명인데도 이렇게 힘들고 회의가 밀려오는데 더 많은 자녀를 가진 직장 맘들은 어떨까?
직장맘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사신 우리시대의 어머니들 이제 손자손녀 보느라 고행 길을 걷게 만드는 이 땅의 육아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선배 맘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순간 순간의 힘든 고비들을 지혜롭게 잘 넘겨야겠지?
어떻게? 에효~ 

그것보다 빠른 시일 안에 좀 더 현실성 있는 육아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