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9 18:30

할아버지의 멋진 겨울 방학 선물

우리 시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계신 분입니다. 유쾌하시고, 따뜻하시고, 때로는 강한 집념(고집?)을 드러내시다가도 한없이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시기도 합니다. 또 그러시다가 불쑥 소리를 지르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며느리와 손녀들에게는 한결같이 너그럽고 따뜻한 분이십니다. 특히 저희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은 유별난 정도입니다. 생선 뼈를 발라주시는 것은 기본이고, 제가 새 옷을 사면 바로 아시고 "옷이 바뀌었네?"라며 이야기를 건네주십니다. 또한 목소리 듣고 싶으실 때, 보고 싶을 때 주저하지 않으시고 적극적으로 '어필'하시고 전화와 방문을 따뜻하게 요청하십니다.

 

시아버지의 사랑이 며느리에게는 부담스럽다며 시어머니께선 늘 언지를 하시지만, 절대 굴하지 않으시고 한결같으십니다. 저의 기분은 어떠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자랑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요? 이것 또한 비밀입니다.

 

 

 

손녀 방학을 기다리시는 시아버지

 

시아버지께서는 최근 일을 하시다가 그만 두시고 집에서 쉬고 계십니다. 늘 일만 하시다가 오랜만에 쉬시는 거라 건강 돌보시고, 여행 다니실 만도 하신데 워낙 부지런한 분이라 촌에 가셔서 일거리를 찾아내며 몸을 쉬지 않으십니다. 

 

그러던 시아버지께서 갑자기 첫째 딸 유치원 방학이 언제냐고 물어 오셨습니다. 방학 때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거리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물어보시는 거라 생각하고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아주 씩씩하게 말씀드렸더니 "음~" 만 하시고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아이를 봐주시겠다는 말씀이 없으셔서, 결국 먼저 조심스럽게 "아버님, 근영이 방학이 일주일인데 큰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님께서는 만면을 웃음을 지으시며 "안 그래도 근영이 방학 기다리고 있다. 같이 기차 여행 가려고 생각 중이다"하셨습니다. 놀라기도 했고, 감동스럽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선물은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방학 첫날을 맞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게 가까운 곳이라도 좋으니 기차 시간을 확인해 달라고 하십니다. 정말 실행에 옮기실 생각이신가 보다 생각하며 기꺼이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오전도 기다리지 못하시고 큰 아이랑 마산역까지 걸어가 시간을 확인하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밀양을 선택하셨고, 대중 교통만 이용해 다녀오셨습니다. 기차여행 당일 잘 가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더니 도통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알고 보니 핸드폰을 두고 가셔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아이 사진 하나 남기지 못하셔서 너무도 아쉬워 하셨습니다. 밀양 재래 시장도 구경하고 아랑의 전설이 깃든 '영남루'도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큰 애는 아랑 이야기가 무섭고도 슬펐다며 종일 아랑 이야기를 해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한 아버님께 감사했습니다

 

할아버니의 선물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큰 애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 계획도 잡으셨습니다.  그 친구도 방학이고,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외가에 맡긴 상태였는데 그게 안쓰럽기도 하다며 '진주'로 기차 여행을 잡으셨습니다.

 

진주 박물관, 진양호 동물원에 다녀오셨고, 이 역시 정말 멋지게도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셨습니다. 이번에는 휴대폰을 챙기셔서 아이들 사진도 많이 찍어 오셨답니다.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우셨을 텐데, 사랑이 넘치는 아버님이시니 가능한 도전이셨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할아버지들은 손주가 오면 반갑다가, 가면 더 반갑다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님의 손주 사랑은 지칠 줄을 모르십니다. 놀이터에서 놀아주기는 기본이고 아이 밥까지 챙겨 먹여 주시는 정말 자상한 할아버지시지요.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우리 딸들은 정말 복 받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은 자라는 동안 큰 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참으로 멋진 시아버지시네요. 결국 자랑이었습니다.

 

큰 사랑이 부담스럽냐고요? 아주 가끔은요.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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