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보기

의심없이...거침없이 사랑한 포뇨와 소스케 : '벼랑위의 포뇨'를 보고

 

‘바람계곡의 나오시카’를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를 알게 되었다.

에니메이션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보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고 많은 메시지가 뇌리에 전달되었다. 

주인공이 여성, 긴장감 있게 흐르는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 주인공의 선입견 없는 거침없는 모습 등이 나로 하여금 미야자키 하야오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거의 섭렵했다.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의 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귀를 기울리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등...  모두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으며 나의 사회적 감성을 자극시켰다.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포뇨 역시 대단했다.

아, 물론 긴장감 없는 스토리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안 할 순 없었다.

같이 본 사람들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늙었는가보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난 후 OST가 귓가에 맴돌고 캐릭터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게.. 어찌 심상치 않았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벼랑위의 포뇨’는 물고기 소녀 포뇨와 벼랑위에 살고 있는 인간 소년 소스케의 해맑은 사랑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생명의 보고인 바다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고기인 포뇨와 인간인 소스케는 짧은 만남을 통해 서로 사랑하게 된다.  포뇨는 감정이 이끄는 대로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의 금기를 깨고 큰 폭풍과 함께 소스케를 만나러 간다.  소스케는 포뇨를 물고기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람이 된 포뇨를 금방 알아본다.  소스케와 함께하기 위해 인간이 되고픈 포뇨의 마음을 안 엄마는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를 허락하게 된다.  결국 소스케와 그의 엄마 리사, 양로원 할머니들의 모험을 통해 결국 포뇨의 꿈은 이루어진다.


 

강한 여성의 모습에서 좋은 엄마의 모습으로


다섯 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어른들이 큰 기대를 가지고 감상하기엔 조금은 부족

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거장답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포뇨의 엄마 그란만마레와 소스케의 엄마 리사의 모습이였다.

사실, 작년에 엄마가 된 나이기에 더 많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란만마레는 딸의 모험과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딸의 운명을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의 딸의 감정을 받아들였으며, 진정한 딸의 행복을 빌었다.  엄마로서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였을 것이다. 모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리사 또한 강한 여성이였다.  양로원에서 일하는 리사는 해일을 뚫고 할머니들의 지키기 위해 위험한 걸음을 한다.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또한 좋은 엄마의 모습임을 느끼게 했고, 일하는 나에게는 큰 위안이기도 했다.


선입견 없이 거침없이 사랑하기

주인공인 포뇨와 소스케의 사랑 또한 어른들 세계를 지탄하는 듯 했다.

물고기인 포뇨가 사람이 되어도 기억해 내는 소스케의 모습...

사람을 재단하고 의심부터 하는 어른들을 보기 좋게 한방 먹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모습은 ‘바람계곡의 나오시카’에서 오무를 대하는 나오시카의 모습과 겹쳐진다.  모두가 오무를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사람들의 삶터를 헤치는 존재라 인식하여 공격하지 않는 오무에게도 겁부터 먹고 공격을 하거나 도망간다.  하지만 나오시카는 오무도 하나의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간다.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모습...그래서 그들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 또한 선입견으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상처를 남길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후회도 자주하게 된다.  소스케와 나오시카의 그 열린 마음이 너무도 부럽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더욱 빛난 ‘벼랑위의 포뇨’

‘벼랑위의 포뇨’의 또 다른 재미 아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또 다른 재미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바로 히사히시 조의 음악이다.  ‘벼랑위의 포뇨’ OST를 주문할 때 아빠와 5살 아이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단다. 한번 들어본 사람은 은근히 중독성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더욱 빛난 ‘벼랑위의 포뇨’ 그들이 환상의 콤비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동심을 키워주고 어른들의 생각을 넓혀주며, 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을 반성하게 한다.

다섯 살 시각에 맞추어 제작한 ‘벼랑위의 포뇨’ 조금은 시시하거나 지루 할 수 있지만 한번쯤 동심을 느끼고 생각에 늪에 빠져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