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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외설도 아닌 어정쩡한 상업영화에서 감동찾기 : 영화 미인도를 보고...

소설 ‘바람의 화원’을 재미있게 읽고, 문근영이 출연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도 잠깐이지만 관심 있게 봤었다. 그 내용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간에 혜원 신윤복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 ‘미인도’는 또 어떤 내용인지 많이 궁금했다.

아이 때문에 극장 상영 중에는 보지 못하고 며칠 전 신랑이 구해 와서 아이를 급하게 재워놓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액션 영화와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코미디 영화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영화는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이 영화 또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다.

혜원 신윤복이 여성이라는 설정 하에 청동거울을 만드는 강무, 윤복의 스승 김홍도, 홍도를 사랑한 기녀 설화의 어긋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무섭고 왜곡되게, 때로는 욕망이라고밖에 봐줄 수 없는 치졸한 모습으로 말이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씨름대회의 우승자가 강무라는 사실을 안 윤복은 한 밤중임에도 강무의 작업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윤복의 설레이는 마음과 달 빛에 비치는 메밀 꽃과 어울려 장관을 만들어낸다. 사랑을 시작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결국 그들은 불같은 사랑을 하고 그들의 사랑을 슬프게 지켜보는 홍도와 그 모습에 분노하는 설화의 질투로 강무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왜곡된 사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궁지에 빠뜨리고 아프게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사랑의 모습들이 크게 공감되진 않았지만, 이런 사랑도 있겠다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다.




깊은 제자 사랑으로 보여진 일에 대한 열정

홍도가 윤복을 사랑하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홍도도 처음에는 윤복의 재능에 반한다.
홍도가 그의 스승과 함께한 자리에서 스승에게 제자인 자신이 두려웠냐고 묻는다.
스승은 그렇다고 하니 홍도는 자신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설레인다고 했다.
그의 재능에 놀라울 따름이다 라며....

홍도는 윤복이 자신의 모든 재능을 빼내어 가문을 살리기 위해 제자가 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천재성을 지닌 제자에 질투할 만도 한데, 그는 되려 설레인다고 했다.
제자의 대한 사랑이겠지만, 홍도에게 그림이라는 존재는 자신만의 향유물이 아니라 조선 전체를 두고 진정한 그 시대의 발전을 바라는 거시안목적인 가치를 지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대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일등 자리를 내놓을 것이다.

‘나는 과연 그런가?’를 절로 생각나게 해주는 부분이였다.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나는 후배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발전이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된다는 것임을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는지를...
언젠가부턴가 그 마음들이 약해졌음을 고백한다. 그 순간 연결성을 다시 찾아야 겠다는 다짐도 했다.




왜곡된 성의 모습

물론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이 좋았다는 건 아니다.
사랑한다면 다 용서가 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져주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림 단오풍정의 재현 장면에서 몰래 엿보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이 영화에서는 그관음적 모습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한 윤복을 사랑하는 홍도는 감정에 못 이겨 성폭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너무도 보기 불편한 장면이였다. 이 장면으로 홍도의 왜곡된 사랑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는지, 아님 홍도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 장면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공감되지 않고 전체의 흐름을 확~ 깨는 장면이였다.

남성에 도구화된 여성의 모습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청나라 춘화 재연 장면 또한 너무 불필요한 장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예술도 아닌 외설도 아닌 어중간한 상업 영화다’라 생각되어질 정도로 아쉬웠다.

영화를 빛나게 해준 그림과 음악

이런 아쉬움이 있었다하더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또 다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재현된 그림들과 음악이다.
단오풍정, 이부탐춘, 월하 정인, 기방무사 등의 실제장면들과 겹쳐지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태어나는데, 그 그림들이 담겨있는 화첩을 넘기는 홍도는 그림을 보면서 생생한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느끼게 된다. 신윤복의 그림세계를 단연 돋보이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OST도 참으로 아름답다. 대장금 OST를 부른 이안이 부른 ‘미인도’는 국악과 접목했다해서 국페라라고까지 불린다. 가사까지 구구절절하여 마음까지 저리게 만든다. 그들의 뜨거운 사랑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꽤 괜찮은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강권하고 싶은 영화는 분명 아니다.
생각없이 보기엔 너무 무겁고, 생각을 불어 넣기엔 가벼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중간중간 보여지는 장면들의 감동받을 준비가 된 사람은 그리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