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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육아

7번의 돌잔치로 몸은 축났지만 돌의 의미는 제대로 되새겨

딸이 뱃속에 있을 때 시어머니와 한 약속이 있다. 


"돌잔치는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아이이름으로 어려운데 기부하자. 돌잔치는 사람들에게 민폐다."


시어머니의 멋진 생각에 감동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인들에게 돌잔치는 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그렇게 말하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돌이 가까워지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쳇말로 뿌려놓은 것 때문이다. 뿌려놓은 돈을 못 받을까봐 걱정이 된 것이 아니라 굳이 돈을 챙겨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거냐는 문제였다.


모임별로 이어지는 딸의 돌잔치


결국, 우리는 모임별로 돌잔치를 치르기로 했다. 정리를 해보니 총 7개였다. 집에서도 손님을 치르고 작은 식당을 빌려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돌잔치를 하고 보니 돈은 돈대로 나가고 몸은 몸대로 축났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뷔페에서 돌잔치를 할 걸' 하며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의미 있었다. 뷔페에서 이벤트사에 위탁해서 돌잔치 치르는 곳을 자주 가보지만, 아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먹을 음식 나르고 먹고 하는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벤트 할 때 잠시 집중할 뿐이지 모든 게 먹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님을 맞는 부모들도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손님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돌잔치의 의미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번에 딸의 돌을 모임별로 해서 손님을 맞다보니 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자세히 보여줄 수 있었고, 딸에게 집중할 수 있어 분위기가 좋았다. 더군다나 손님을 손님답게 대접해줄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좋았다. 


결국 딸의 돌 때문에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쳤지만, 나름 의미 있는 돌잔치여서 이후 아이가 성장했을 때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질 것 같았다.


 

전통 돌상차려 정성을 보태다


첫 아이다보니 돌상 준비도 굉장히 신경썼다. 전통적인 돌상을 차리고 싶어 자료 검색을 해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했다.


돌잔치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 생후 1년 동안이 성장의 고비인데 이를 넘겼다고 해서 재생의 기쁨을 담은 행사였다고 한다. 돌을 맞은 아이는 새옷을 입히고 쌀, 떡, 국수, 과일 등과 책, 붓, 먹, 벼루, 남자아이의 경우는 화살, 여자 아이의 경우 자, 가위, 바늘 등을 곁들인 돌상을 차려주었다고 한다.


돌상은 각이 진 사각상이 아닌 둥글게 자라라고 둥근 상에다 차리는데 여기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집에 둥근상이 없어 여기저기 구하려고 알아보니 둥근상을 쓰는 집이 없었다. 결국 둥근상을 포기하고 사각 상에 액운을 쫒는 의미인 붉은 천을 덮었다.


딸의 돌상은 흰쌀과 국수, 과일은 사과, 배, 수박을 올렸고 떡은 백설기와 수수팥떡과 삼색 경단을 올렸다. 거기에다 흰실과 청홍색 실을 묶은 미나리와 붓, 벼루, 먹을 올려 돌상을 차렸다. 소복히 쌓은 흰쌀에는 꽃을 꽂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를 쓰는데 생명을 함부로 꺾지 않는 옛 조상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솜씨는 없지만 칼라점토로 다양한 빛깔의 꽃을 만들어서 장식했다.

 

정성이 담긴 돌상이었지만 부족한 게 많았다. 사실, 과일은 다산을 의미하는 석류나 포도를 올리면 좋다하였고, 삼색경단이 아닌 오방색의 만물의 조화를 의미하는 오색 송편을 올려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 맞게 준비하자는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약식으로 간단히 차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차린 후 나와 신랑 그리고 딸은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고 돌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돌잡이를 했다. 돌잡이는 청진기, 판사봉 등 요즈음에 주로 올리는 물건들을 준비했고 딸은 아빠의 바람대로 '돈'을 잡았다. 시어머니께서 3번까지 잡게 해야 된다고 하셔서 기회를 더 줬더니, 돈, 연필, 실 차례대로 잡았다.  모두들 대만족이었다.


 


 

돌을 지내 놓고 보니 잘 큰 우리 딸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돈을 많이 벌고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없진 않지만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건 항상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다.


힘든 돌을 보내긴 했지만, 정성으로 가득 채운 돌잔치여서 뿌듯하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정성을 우리 딸이 알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