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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함께 나누고픈 시 - 마중물이 된 사람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대면 그 물이
땅속 깊이 마중나가 큰물을 데불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임의진 ‘마중물이 된 사람’


(지금은 '참여 학습법'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지만) '민주시민교육기법'의 전도사인 고상준 대표(에듀플랜)에 의해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일방적인 전달 방식의 강의가 올바르지 않다며, 제대로 된 강의라면 수강자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이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금 강사의 역할이란다.  이런 방식이기에 강사라는 표현보다는 '모더레이터'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라며 강조하였다.  마치 마중물처럼.....
 
마중물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고, 너무도 예쁜 표현의 단어라 시의 내용과  함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때 당시 나도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상식이 점점 통하지 않고 소통 부재의 사회에서 이 시가 더 절실히 와 닿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결국 '사람'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마중물이 될 순 없지만, 적어도 마중물을 통해 함께 뿜어내어 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도 이후 기꺼이 마중물이 되어 줄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나의 다짐들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조금은 느리고 가시적 성과는 적겠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문화가 될 것이고 이 문화는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는 확신 말이다. 

분노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그 분노가 삭혀질 때 쯤 임길진의 이 시가 다시 마음을 잡아주는 듯 하다.